창34
야곱의 딸 디나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을 당한 내용이다. 그로 인해 야곱의 아들들은 디나를 강간한 족속을 말살시키다시피 한다. 동생의 복수를 한 셈인데, 그 모습이 무척 잔인하다. 세겜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도, 동생을 주겠다는 약속도 다 거짓말로 해버리고 손바닥 뒤집듯 다 죽여버렸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묵상하는데 예전에 혈기를 부릴 때 나의 모습이 생각나 부끄럽다. 갈등이 생기면 먼저 화해를 청하고, 내 세치 혀로 마음이 열린 상대의 마음을 이용한 적도 있었다. 예수님을 알고 보니 추한 내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혼자 상처받고 고민하느라 속앓이를 하더라도 그런 비열한 모습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내 생각과 신념만 가득 찬 내 모습은 항상 위험한 것 같다. 혈기에 휘둘려서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들을 귀가 없어져버린다. 마치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 같다. 분노가 가득하면 잔잔하게 피어나 있는 선의를 밟아 죽이게 된다. 사랑과 선으로 맺을 수 있는 엔딩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악을 악으로 갚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주님이 나를 구원해주신 은혜로 살아가야 한다. 난 주님 안에 있을 때 가장 괜찮은 사람이다.
내 안에 생기는 분노에서 오히려 지금 내 모습이 위험함의 신호를 발견하고 무릎을 꿇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