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어떤 계약을 써야 하는가?

by 공부하는 꽃사슴

요즘 회사는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번에 영입한 핵심 인재, 2년 만에 경쟁사로 갔습니다.”

“신입 교육에 6개월을 투자했는데, 1년 차에 이직했어요.”
“승진 제안했더니 ‘고민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좋은 인재는 붙잡고 싶지만, 평생 고용을 내걸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은 성장을 갈망하지만, 회사가 내놓을 수 있는 경로는 제한적입니다.
서로 원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약속으로 묶을지는 늘 애매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회사와 구성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 심리적 계약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은 허공에서 생겨나지 않습니다.

채용, 교육, 평가, 보상, 승진—회사의 제도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누구를 뽑고, 어떻게 평가하며, 어디에 투자하는가.

구성원은 그 신호를 통해 조직의 진심을 읽습니다.


회사가 굳이 “우리 회사는 성과 중심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성과 낸 사람이 승진하고 교육 기회를 얻는 장면을 반복해서 본다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깨닫습니다. “여긴 성과가 전부구나.”


제도는 곧 심리적 계약의 언어입니다.

구조와 정책이 달라지면, 조직이 내놓는 약속도 함께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심리적 계약이 전환되는 시기에,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약속을 설계해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복무기간 모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명확한 기간과 목표를 제시해,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계약입니다.
변화된 심리적 계약 위에서 관계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복무기간 모델(Tour of Duty) — 명확한 약속과 성장의 계약

채용과 커리어 분야의 글로벌 플랫폼, 링크드인은 오래된 믿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좋은 인재라면 오래 붙잡아야 한다”는 전제를 버리고,

“좋은 인재와는 명확한 기간 동안, 분명한 목표를 함께한다”는 약속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관계를 ‘고용’이 아닌 동맹(Alliance)이라는 단어로 정의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다녔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간을 어떻게 함께했는가”로 관계를 설계한 겁니다.

언제 끝날지, 무엇을 위해 함께 할지를 처음부터 분명히 밝히는 겁니다.

퇴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나 배신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이별일 뿐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군대의 복무 개념에서 왔습니다.

특정 임무를 위해 일정 기간 복무하고, 임무가 끝나면 다음을 선택하는 방식.

링크드인은 이 구조를 조직 운영에 적용했습니다.



작동 방식은 단순합니다.

기간과 목표를 함께 명시합니다.

“18개월 동안 신시장 진입 프로젝트를 이끌며,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다.”
“2년간 인사제도 혁신을 추진하며, 리더십 코칭 경험을 쌓는다.”
“2년 동안 해외지사 근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감각을 익힌다.”

이처럼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가 만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설계합니다.

회사는 성장의 무대를 제공하고 성과를 얻으며,

구성원은 그 기간 몰입해 성과와 역량을 동시에 쌓습니다.

복무기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5년까지 다양하게 설계됩니다.

기간이 끝나면 관계를 다시 평가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직무 이동, 더 큰 책임 부여. 때로는 이직이나 퇴사도 그다음 여정의 일부가 됩니다.


복무기간 모델은 심리적 계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무엇보다 막연한 기대가 줄어듭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대신
“이 기간이 끝나면 어떤 보상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구체적인 약속이 오갑니다.

불확실한 안정감은 현실적 계획으로 바뀌고, 약속을 지키는 경험이 신뢰를 만듭니다.


또한, 관계의 무게 중심도 달라집니다.
조직이 요구하고 개인이 따르던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경력 목표와 조직의 성과 목표가 만나는 지점을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복무기간 모델은 ‘평생 고용’과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관계’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제시합니다.
명확한 기간과 목적을 가진 성장의 여정으로, 고용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입니다.


링크드인의 고민은 우리에게도 돌아옵니다.

“우리는 좋은 인재와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어떤 약속으로 함께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조직에서 가장 흐릿한 기대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약속의 언어로 바꾼다면 그 문장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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