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아이들에게
2020년은 여러모로 제겐 힘들고 벅찬 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계획하지 않았던 복덩이 같은 셋째가 생겼고 아직 어린아이 둘을 보면서 임신, 출산, 신생아 육아를 다시 해야 했으니까요.
2017년 결혼 이후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저는 뭐가 그리 급했던지 아이 셋을 낳고 키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이 마흔 전에 출산을 끝낸다는 무식하지만 거룩하고도 숭고한 저의 종교 같은(?) 오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신념은 제가 가진 많은 것들을 놓게 했고 적지 않은 것들을 바꿔 놓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저도 후회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를 셋이나 얻었으니까요. 이제 저는 이 아이들에게 가장 믿음직한, 자신들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의지할만한 엄마가 되는 것이 또 다른 신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혼하기 전
지하철에서, 어느 골목길에서,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던 제 모습,
강의, 파티,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분주하던 제 모습, 자전거와 달리기, 수영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던 제 모습....
을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색한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도 저였고 지금도 저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돌아갈, 돌아가고 싶은 “나”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제 출산을 졸업한 지금부터 조용히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인 채로”, 예전의 나로 조금씩 돌아갈 준비와 연습들을 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조금 다른 모습이나 방법들을 택할 것이고 전과 다르게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것들이 그랬듯 나는 해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 작은 시작을 감사하게 될 것을요. 그리고 그 과정을 남기지 않는다면 다시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기록을 남깁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관여치 않고 나는 이 과정을 즐기려 합니다. 저에게는 지금껏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가 한 사람이 살아가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즐거이 보아왔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이 글을 그리고 앞으로 적을 이야기들을 보는 사람들 또한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기록은 지금부터 남기게 되는 글들은 주로 애셋맘이 된 밤별의 이야기와 그림이 될 것입니다.
빵실(기현), 튼실(도영), 뽁실(대현)
실실실...
내 세 아이들에게 전하는 소중한 일상과 역사가 되리라 믿습니다. 많은 돈과 큰 집을 물려주기보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며 가장 궁금할 엄마의 소중한 시간을 유산으로 남길까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기간을 나눠 그 기록을 묶어서 나만의 책을 펴내면 더 좋겠지요.
먼 미래를 보지 않고 일단 짧은 호흡으로 그 멋진 계획은 마음에 둔 채 조심조심 나아가 봅니다.
짧고 못난 글,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일지라도 천천히 조금씩. 아이들이 자라듯이, 그렇게 실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