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Fine Thing

두꺼운 가면 아래서

by 나이트 아울

기계부품 324568이 다른 부품 469124와 만나서

주어진 작업을 해낸다
서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내 톱니바퀴가 상대방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뿐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기계부품은 그것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톱니 위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두꺼운 코팅막을

두르지 않고는 도저히 맞물려나갈 수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런 코팅막이야말로 기계의 윤활유보다 중요하고 심지어 윤활유 역할까지 한다고 말한다
서로가 맨살을 드러내고 맞물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소음과 불편이 야기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코팅막 아래의 모습을 숨기고 사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허무함이라는 찌꺼기를 만든다
그 찌꺼기를 안고 사는 것이 맨몸으로 톱니가 맞물리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을 삼지만 어디까지나 도피일 뿐이다

자신의 강인함을 믿고 스스로를 다른 톱니바퀴를 향해

맨몸으로 던져보자
타인의 호의를 믿어서가 아니라 허무함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결단이다

내 삶이 허무와 거짓으로 점철된다면 그 끝에는

후회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속임수의 바다에 뛰어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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