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반딧 Feb 09. 2017

방향을 잃지 말기

끝없는 진로 고민 속에 초심 지키기.

마지막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졸업 프로젝트를 찾아야 했던 상황이었다. 여기저기 컨택을 해보았지만 일이 빨리 진행될 리가 없었다. 일단 지도 교수를 정해야 했기에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약속을 잡았다. 약속을 잡고 나서야 가서 뭐라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여기 교수이자 그 사람의 특성상 군더더기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볼 터였다. 내가 원하는 게 뭐다라고 분명히 하지 않으면 가서 어버버 하다가 말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취업이었다. 졸업 이후에 네덜란드에서 취업을 하면 좋겠다. 그러자 자동으로 딸려오면 다른 생각들.. 그러려면 조금이라도 날 고용할 가능성이 있을만한 곳과 컨택이 되면 좋겠다. 외국인인 나를 고용하려면 좀 국제적이고 규모도 어느 정도 돼야 하지 않나.. 그게 힘들다면 이름 있는 곳에서 해서 이력서에 좀 더 도움이 될만한 곳도 괜찮을 것 같다. 그 외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이렇고 저렇고.. 이런 정도 기업이면 규모가 큰 것 같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은 일단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보라고 한다.

나는 외국인이다, 그래서 취업을 하려면 이런 이런 현실적 장벽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교수님은 당연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것도 중요하지라며, 기업 중에 생각나는 곳을 몇 군데 말해주었다. 이력서를 만들고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이 오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다시 메일을 보내고..


그러던 중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이게 내 목표가 된 거지?

나는 여기서 적당히 적당히 취업하러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노력을 했으며 이제 유학까지 온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지? 이게 내 목표라면 취업하고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직장인이 되면 내 목표를 다 이룬 것인가?


진로 고민이라니, 석사까지 졸업할 때쯤 되면 안 할 줄 알았는데. 너무 큰 기대였나 보다.

석사까지가 아니라 석사 정도로는 어디 가서 나 이걸 잘해요, 말하기가 아직 어설픈가 싶다.


그래, 적당히 취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디자인이란 전공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쓸모 있는 역할을 하려면 어디선가 내 자리를 찾아 내 몫의 일을 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아직은 이상을 좇는 내가 더 강했다. 어디서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 일이 무엇이고 하루하루 일을 해갈 내가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아직 조금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교수 입장에선 웃기겠지만, 두 주 정도 후에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나 좀 더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아직 선택지가 열려 있으니, 내가 앞으로 디자이너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가 어떤 것일지 좀 더 고민하고 싶어요. 지난번 내가 한 말을 잊어달라고.... 


그렇게 하게 된 프로젝트가 국경 없는 의사회와 함께 한 남미 지역 난민을 위한 심리 치료 지원 디자인이었다. 멕시코 난민 셸터에 방문해 이 사람들의 삶의 환경 개선을 위해 내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졌을 때. 내 고민이 아주 이상만 좇는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직도 실체가 분명치 않은,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언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었다. 


지금도 진로 고민은 매일 한다. 현재 하는 일과 더불어 다음에 뭐할지, 1년 후, 3년 후, 5년 후.. 끝없이 고민한다. 그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전 06화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 키우기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심심한 나라의 소심한 앨리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