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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 Oct 21. 2017

Strangely familiar

낯설면서 익숙한

멕시코에 다녀왔다.

6주간 일정이었다.

짧다면 참 짧은 일정이었다. 

그 와중에 그곳에서의 삶에 또 익숙해진다는 게 참 재밌었다. 


첫날 우연히 발을 디딘 카페에 일주일에 몇 번씩 들르게 되고,

누군가 언뜻 추천해준 음식이 어느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되고,

구글 번역기 없이는 손짓 발짓에 쩔쩔매던 내가 택시기사와 스페인어로 짤막한 대화를 주고받고.


집을 떠나 외국에서 살면서 또 다른 외국으로 다녀온 이 시간이 참 낯설고도 익숙한 경험이었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을 토대로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제는 그 기준에 네덜란드도 더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내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적응력도 강해지고 내 마음에 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꽤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으면서도. 막상 글쎄, 나이를 몇 살 더 먹어서 일수도 있겠다.


마침내 네덜란드 공항에 내렸을 때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더치어를 들으며 '아, 집에 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네덜란드에서 이방인처럼 떠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이곳을 그리워하기도 했고.

네덜란드에 두고 온 나의 공간들, 집과 학교, 동네 가게, 카페... 나의 주변 사람들... 내 일상을 떠올리며 불과 1년 반 사이에 네덜란드에서의 내 생활도 이제 내 삶으로 자리를 잡았구나 싶었다..


멕시코에서 한 프로젝트의 내용에 대해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얘기다.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인 회사 멘토와 한 달간 같은 방을 쓰고, 밥도 같이 먹고, 일도 같이 하게 되었다.

처음엔 두려운 마음이 컸다. 


아무리 1년 넘게 여기에 살았어도 개개인을 일반화할 수 없고. 또 네덜란드 내에서도 외국인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게 더 익숙했던 나이기에 왠지 모를 벽이 느껴졌다. 


물론 멘토와 나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도 다르고, 먹고 싶은 음식도 다르고, 가고 싶은 곳도 다르고. 

문화 차이도 있고 개인 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함께 새로운 환경에 처해 함께 헤쳐 나가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살아오며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멘토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멘토 또한 자신의 삶을 배경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


물론 배려심 많은 멘토의 성격의 기여도가 컸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정 많고 배려심 많은 줄 알았는데 멘토는 피곤함을 숨기기 힘들어도 내 의견을 물어봐주고, 일식집에 우동 먹으러 일주일에 두 번씩 같이 가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한 수 배운 것 같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온 우리가 서로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배려심도 중요하지만

경험치도 참 중요하다. 아는게 많아야 보이는게 많고 새로 만나는 사람을 잘 비추어낼 수 있다.

나는 배려심이 많은 것이 적응력이 높은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낯설면서 익숙한 경험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가본 라틴 아메리카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나를 보면서,

그리고 네덜란드 멘토에게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면서, 

그러면서도 많이 배우면서 말이다.


진짜 멕시코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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