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투자란
자신의 자산을 활용하여 자산을 증식시키려는 행동이다.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거다.
얼마 전 강의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알겠지만,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투자만 중시하는 지금의 풍조는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하셨다. 맞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과거 1970~80년대까지가 농업, 상업과 같은 산업자체가 경제를 이끌고 금융은 후면에서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웩더독(Wag the Dog: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 듯 주객이 전도된 현상)에 의해 금융이 핵심이 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은행과 같은 금융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간혹 이들의 눈밖에 벗어날 경우 재무적 문제로 인해 기업이 좌초하는 경우까지도 보게 된다. 또한 주주 자본주의는 어떠한가. 주주를 위해 이익의 많은 부분을 배당으로 할애하고, 그래도 남는 이익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 주식을 줄임으로써 주가를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왜? 엄연히 상장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일부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주, 특히 개인 주주들 알기를 손톱의 때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즉 자본이 최고란 의미다. 자본만 많으면 대빵이란 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돈을 모아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펑펑 마음껏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여기에 대해 이런 저런 토를 달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엄정한 현실이다. 자본주의가 그렇게 룰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많이.
돈을 버는 방법에는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 또는 장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대박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무지하게 어렵다. 그러다보니 부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게 바로 재테크, 즉 투자다. 그러나 투자도 쉽지 않다. 아니 무지무지무지하게 어렵다. 시장상황이 좋을 땐 투자로 돈 벌기가 참 쉽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할 정도로 돈이 쉽게 벌린다. 하지만 상승 분위기가 끝나고 하락이 시작되면 여기저기 곡소리가 난다. 횡보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한 종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승장에 번 수익을 하락장에서 다 날리고, 거기에 더해 원금까지 잃게 된다. 그게 투자다. 어찌보면 인생사와도 닮았다.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언젠가는 눈물이 흘릴 날이 오리니. 물론 반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동화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그런 것이 가능할까? 100% 가능은 없다. 삶의 굴곡이 있는 것처럼 투자 또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투자를 해오며 행복한 결말을 위해서는 더도 말고 딱 2가지가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나는 장기투자다.
지난 50년 간 주가지수는 우상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까? 95% 그럴 것이라 본다. 화폐(돈) 가치의 하락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양적완화) 위기를 탈출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돈 푸는 것만큼의 즉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화폐 공급이 많아지면 돈 가치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물가와 자산의 가치가 폭등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주가는 기업의 성장세도 있었지만, 돈 가치의 하락이 훨씬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다.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타이밍 때문이다. 솔직히 오를지 내릴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기가 막힌 타이밍까지? 재야고수들도 이 때문에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고는 한다. 하물며 일반 투자자가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여기에 더해 종목투자는 해당 기업에 대한 리스크와 전망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신선 정도나 되어야 할 수준이다.
매크로 경기를 읽을 수 있다면, 여기에 장기투자를 접목한다면 그래도 투자는 할만 한 것이 된다(결코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칼럼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시스템적인 포트폴리오까지 구성할 수 있다면 투자는 나의 경제적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대박은 아니다). 투자에 내 인생 혹은 목숨을 걸어서는 안된다. 투자는 내 인생을 보다 매끄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윤활제로써 작용하는 것이 맞다. 돈의 역할이 딱 그렇다. 적당히 혹은 돈 때문에 인생이 휘둘리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 너무 많아도 힘들다(그럴 리도 없겠지만). 욕심은 화를 부르게 되어 있다. 투자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그리고 그 기준과 원칙하에 적절한 수준에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크게 보고 오래 가길 간곡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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