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May 07. 2020

은하수가 담긴 와인

#67, 샴페인 그리고 돔 페리뇽


흥겨운 축제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흰 거품이 터져 나오고 이를 모두에게 뿌립니다. 몸과 머리가 젖지만 누구 하나 피하거나 기분 나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환호합니다. 이렇게 청각, 시각, 촉각을 자극하여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데는 샴페인(Champaign)만 한 게 없지요.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어떤 것보다도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는 샴페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을 못 보는 수도사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opencourt-basketball.com/doc-rivers-calls-out-doubters-haters-vegas-barkley-espn-before-popping-bottle-of-champagne/)



별을 마신 수도사


프랑스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샹파뉴(Champagne)의 작은 마을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 1638~1715)은 눈이 아주 나빴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더욱 발달시켜 맛있는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그가 살던 수도원이 위치한 샹파뉴는 북위 50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포도 재배의 북방 한계선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그만큼 날씨가 서늘하고,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져 와인이 발효를 멈추곤 했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발효가 시작되면서 와인이 부글부글 끓다가 병이 터져버리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장난’이라 부르며 화를 내거나, 올해 와인은 망쳤다며 절망했는데요.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페리뇽 수사는 깨진 병 사이로 흐르는 거품 와인의 맛을 보았습니다.


“형제님, 어서 와보세요. 저는 지금 은하수를 마시고 있어요!”


이보다 더 시(時)적인 와인 맛 평가가 있을까요. 부드러운 거품이 되어 혀를 자극하는 탄산가스를 그는 “별”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샴페인 한 병에는 약 250만개의 기포가 있다고 하니까 밤하늘을 흐르는 은하수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후 페리뇽은 은하수가 담긴 와인 맛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가장 큰 노력은 탄산가스를 병에 가두는 일이었지요. 그는 먼저 탄산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병에 와인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코르크 위에 철사를 감아 코르크가 탄산에 밀려 튀어나가지 않도록 밀폐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술 뿐만 아니라 맛을 위한 노력도 쉬지 않았는데요. 샤르도네(Chardonnay)피노 누아(Pino Noir) 등 여러 품종의 포도즙을 섞어 특별한 맛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때 그의 예민한 미각과 후각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눈을 잃은 그에게 신은 뛰어난 혀와 코를 주셨고, 그의 노력이 더해져 가장 맛있는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도자로서 신앙생활 뿐 아니라 수도원의 와인 책임자로서의 임무까지 훌륭하게 해낸 피에르 페리뇽은 이후 성직자의 최고 등급인 도미누스(Dominus) 칭호를 받습니다. 이를 줄여 ‘동(Dom)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날 최고 샴페인의 대명사가 된 ‘동 페리뇽(Dom Perignon)’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샴페인에서 태어난 샴페인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샴페인의 고향인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를 영어로 읽은 것입니다. 원산지이름이 와인의 이름이 된 케이스지요. 그런데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도 샴페인이라고 부르자 샴페인 지역의 농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와인에는 원산지 명칭 보호 또는 원산지 통제 정책이라 부르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란 것이 있습니다. 다른 고급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AOC 정책에 따라, 샴페인도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일정 조건에 맞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야만 ‘샹파뉴’ 또는 ‘샴페인’ 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크레망(crement) 또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망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라고 하지요.


샴페인은 1차 발효 때까지는 화이트 와인과 같은 방법으로 만듭니다. 이후 샤르도네, 피노 누아,피노 뫼니에(Pino Meunier) 등 다양한 품종을 섞어 깊은 맛을 만듭니다. 각각의 비율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지요. 품종 뿐 아니라 어느 밭에서 또는 어느 해에 만든 와인을 섞는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양조장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맛의 샴페인이 만들어집니다. 혼합한 와인은 병에 넣어 2차 발효시킵니다. 제대로 된 발효를 위해서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15도 정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후 온도가 좀 더 낮은 곳(10도 이하)으로 옮겨서 숙성을 하는데요. 이 때 발효의 결과로 생긴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병을 거꾸로 비스듬히 꽂아 돌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침전물이 입구에 모이면 얼려서 제거한 후에 다시 밀봉을 하지요. 이렇듯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갑니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겠지요.


축하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좋지만 비싼 샴페인을 터뜨려서 뿌려 버리는 것은 좀 아깝습니다. 만드느라 고생한 와인 장인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지요. 흥겨운 축제의 샴페인 샤워는 TV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요. 우리는 아까운 샴페인을 한 방울도 놓치지 말고 맛있게 즐겨볼까요. ^^


출처: https://www.quora.com/How-do-I-open-the-sparkling-wine


샴페인을 마시려면 먼저 코르크를 따야 하는데요. 탄산가스가 새지 않도록 꽁꽁 밀폐를 했기 때문에 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병목 부분의 포일 포장을 벗기는 겁니다. 포일을 다 제거했다면 이제 철사줄을 느슨하게 풀어주세요. 이 때 오른손으로 코르크를 누르고 왼손으로 철사줄을 돌려야 합니다. 다음에는 오른손으로 코르크를 감싸면서 돌리고, 동시에 왼손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병을 돌리면 코르크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샴페인 병을 잘 따는 사람은 코르크가 빠질 때 한숨 쉬는 정도의 소리 밖에 안 낸다고 합니다. 펑 소리와 환호가 없어서 좀 심심한가요? 아쉽지만 저는 샴페인 샤워는 로또 1등 당첨 정도의 행운을 위해 남겨두려고 합니다.^^



                                                                       2019년  9월 22일


                                                           -- 알로하(이수정, 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샴페인(Champagne)과 스파클링 와인. 이 글을 읽으니 이제 그 차이를 확연히 알겠네요. 그리고 왜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동 페리뇽인지도 말이죠.


한때 와인 사업이 꽤나 번창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신들의 물방울>이란 와인 만화도 대단했었지요. 하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난 듯 싶어 보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서민의 주류라고 보기 어려운 와인이 더 이상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와인이 술이 아닌, 식사와 함께 즐기는 음료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말이죠. 그렇게 본다면 와인은 경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lifestyleasia.com/hk/)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매거진의 이전글 분노를 슬기롭게 다스리는 8가지 처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