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목소리로
다시 기억하는 제주 4·3

책이야기 : 만나서 - <빗창>(창비,2020)의 김홍모 화백

>> 편집부 정리(담당에디터 정겨울)


- 책 : 『빗창』 (김홍모, 창비,2020)
- 만난 저자 : 김홍모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그 가운데 김홍모 작가님은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 편집부 -


※지은이 소개※

1971년 음성에서 태어나 계원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수료하였다. 2003년 인터넷한겨레에 '김홍모의 시사펀치' 연재했고, 2004년과 2005년 최초의 시사장편만화를 내보였다. 또한 '나의 지구를 지켜줘-태권브이편, 여고생소희편' 등 오마이뉴스, 뉴스툰 연재하였고, 2006년 서울애니메이션센타 장르만화 제작지원에 당선, 2010년 부천 국제 만화제에서 어린이 만화상과 일반 만화상을 받았다.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화풍으로 사회의식을 담은 작품을 주로 그렸다. 작품으로 만화 『항쟁군』,『소년탐구생활』이 있으며,『식민지 소년』,『땅따먹기』,『대한민국 아버지』,『변산바다 쭈꾸미통신』,『뱀장어 학교』,『어이쿠나 호랑이다』 등에 그림을 그렸다.




1. 책의 제목 <빗창>이란 단어가 생소해서 검색해보니 해녀분들이 전복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도구였습니다. 해녀분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사, 민주화 운동사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남성 서사의 역사로 이야기됩니다. 제주4.3을 이야기한 예술 작품들 역시 남성 서사로 된 작품들이고 여성은 피해자로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민주화 운동사에서 여성들이 과연 피해자로서만 존재했는가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해방정국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여성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던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장면들, 일제시대 제주도사(도지사) 차를 가로막고 차에 올라간 일이나 잡혀간 동지들을 구출하기 위해 지서를 습격해 육박전을 벌인 일이나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입니다. 제주4.3 당시 역시 무장대로 산에 올라간 여성 대원들이 있었습니다.

빗창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무쇠로 된 도구입니다. 해녀 항쟁 때는 이 빗창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지요. 이웃 해녀 삼촌(제주에서는 손윗사람을 삼촌이라고 합니다)의 빗창을 보면서 해녀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일제강점기 해녀들의 ‘독립운동’과 ‘제주4.3’을 연결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해녀들의 ‘독립운동’과 ‘제주4.3’을 연결 지은 의도가 있나요?


제주4.3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제주도민 수만 명이 분단 정부에 반대해 나섰는가, 왜 제주도민들이 미군정에 저항해 항쟁을 일으켰는가 말이지요. 일제강점기 제주도민은 일제에 치열하게 저항했습니다. 많은 지하조직들이 있었고 독립운동가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해녀라는 여성 직업군의 집단적인 항쟁이었습니다. 참가 연인원 1만여 명이 넘었던 이 대항쟁은 우리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여성 대항쟁이었습니다. 일제시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이 항쟁의 경험성이 제주4.3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해방된 세상, 평등세상을 꿈꾸었는데 외세에 의해 분단되고 미군정에 의해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하고 분단정부가 세워지려고 하니 제주도민과 해녀들은 또다시 항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지요.



3.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주4.3을 많이 조사하셨을 텐데, 제주4.3 내용 가운데 놀랐던 지점이나 가슴 아팠던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놀랐던 건 학살의 잔혹성이었습니다. 책에 나온 사건들 외에 차마 옮길 수 없었던 잔혹한 학살이 많았습니다. 어찌나 잔인한지 몇 줄 읽고 그 충격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마을마다 적게는 몇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당했습니다. 그 집단학살범이 미군정과 대한민국 수립 후 이승만 정부의 국군이었습니다. 분단을 반대해 나선 주민들과 그에 동조했던 주민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아기까지 학살했습니다. 이 잔인한 국가폭력의 역사를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4. 제주4.3을 다룬 작품의 작가로서 현장의 역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제주4.3을 가르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면 좋을 것 같나요?


제주4.3을 이야기할 때 ‘좌·우 대립으로 인한 무고한 양민의 피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빗창’을 보시거나 제주4.3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면 아시겠지만 제주4.3 전에 있었던 제주 개벽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3.1 기념집회나 이후 총파업을 보면 좌익·우익 할 것 없이 함께 나서서 친일파 척결과 분단을 반대해 나섰습니다. 만화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통일·독립하자는데 좌익·우익이 어디 있겠습니까. 육지에서도 우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김구 선생님도 단정, 단선에 반대해 나섰듯이 제주도 역시 그랬습니다. 이승만과 미군정에 붙은 극우 친일세력이 폭력과 학살을 일삼으며 분단 정권을 만들려고 했지요. 제주4.3의 본질은 좌익 우익의 대립이 아니라 해방 후 여전히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을 이루려는데 있었습니다. 제주 여성들은 주변부가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그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 섰었구요. 만화에 3.1 기념집회에 부녀동맹이 가장 앞에서 행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했던 역사입니다. 마을마다 있던 부녀회가 부녀동맹으로 묶여 수만 명이 참가했던 3.1 기념집회 맨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무장대가 남로당 중심이었고 극우 서북청년회 숙소나 미군정 경찰집을 습격한 일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제주도민이 왜 무장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이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와 마찬가지입니다. 시민군이 무장을 들고 국군에게 총을 쏘고 교전을 했다는 이유로 한때 무장 폭동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민주화 운동으로 제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5.18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세력이 진보세력이라고 해서 광주 항쟁을 진보세력의 폭동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제주4.3 항쟁 역시 제주 남로당이 주도했다고 해서 좌익 폭동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 당시 김구 선생님을 비롯해 좌·우 할 것 없이 양심적인 지식인과 민중들은 단독선거를 반대했었으며 전국적으로도 많은 시위가 일어났었습니다. 수만 명의 제주도민이 함께 들고 일어섰고 미군정과 이승만의 분단정부, 단독선거를 유일하게 무효화시킨 것이 제주도민입니다.

제주 4.3 항쟁은 그래서 완전한 자주독립과 통일을 위한 제주 민중들의 자주통일 운동이라고 정의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5. 이 작품의 색감을 최대한 자제한 수묵 스타일의 그림체가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그림체가 해녀분들의 인간미와 제주4.3의 아픈 과거를 잘 표현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그림체를 사용한 의도가 있나요?


제가 원래 동양화를 전공한 것도 있지만 해방 전후 제주를 표현하는데 딱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요즘 대부분 웹툰들이 컴퓨터만으로 그려지는데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컴퓨터 그림이다 보니 정서감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빗창’을 작업할 때 컴퓨터 작업을 최소화 하고 정서감을 살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그림체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6. 작품을 읽어보면 제주 방언이 잘 나와 있어 실감 나게 읽었습니다. 제주 방언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주살이 10년 차가 돼가지만 제주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단어가 아예 다른 것도 많고 제주어는 고어가 살아있어 특히 어렵습니다. 해서 제주도가 고향인 후배 작가가 사전까지 찾아가며 꼼꼼히 제주어로 써줬습니다. 저와 수차례 회의를 해가면서 가독성을 생각하면서도 최대한 제주어를 살리는 방향으로 대사를 썼습니다. 덕분에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실감나는 대사가 되었습니다.



7.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신다면?


'사일구‘는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님이 하셨는데요. 주변인의 시선으로 다룬 4.19 혁명을 현실감있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는 5.18 민주화 운동을 마영신 작가님이 하셨는데요. 5,18에 대해 여전히 가짜뉴스를 만들고 매도하는 문제를 잘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1987 그날’ 은 87년 6월항쟁을 유승하 작가님이 하셨는데요. 87년 6월 항쟁을 직접 참여하셨던 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감동적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