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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다정 씨 Nov 21. 2023

아~~~ 해 보세요!

두려움을 대하는 자세

나는 정말 치과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치과 가기가 무서워 미루고 미루다 두배로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앞니가 와장창 깨진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넘어진 기억도, 그날의 아픔도 떠오르지 않지만

이후 몇 년간을 고생하며 대학병원에서 치과치료를 받았던 기억은 또렷하다.

치료를 해야 하는데 어린아이가 계속 울어대니 

8살 꼬마의 입에 지독한 고무냄새가 나는 재갈을 물리고,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팔을 꼬집으며 치료하던 의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치과에서 나는 특유의 적응 안 되는 소독약 냄새, 

배드 옆에 늘어선 뾰족한 이름 모를 도구들,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날카로운 소음들,

그리고 '아~~~~~' 해 보세요. 하는 한마디의 말.

그렇게 어린 시절 치과에 대한 기억은 공포 그 자체.

성인이 되어서도 치과를 생각하면 너무 두렵고, 무섭다.


그러던 어느 날 치과가 주는 고통, 두려움을 

환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는 치과가 있다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집에서는 제법 먼 거리의 병원이라 휴가를 내고 방문했어야 했고, 

얼마나 다를까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병원을 찾았다.


접수를 마치고 앉아있으니 치료 전 체크리스트를 전달해 주셨는데

치과가 두려운 이유에 대해 체크하도록 안내해 주셨다.

소음, 통증, 눈가림, 냄새 등 두려운 것에 대해 세밀히 파악하고, 

그와 관련된 치료도구를 사용하기 전에 어떤 도구이고, 소음이 어느 정도 날 것이라고 

예측 가능하도록 세밀하게 설명해 주셨고, 너무 아프면 고민하지 말고 꼭 왼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치료를 받을 때 좋아하는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으면 소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처음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치료를 받는 내내 신경을 건드리는 고통에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치료에서 느낀 긴장, 두려움, 공포감이 많이 누그러진 상태로 

6주 간의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몇 번 더 정기치료들을 받으며 치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해갔다.


그리고 이제 그 병원이 아니더라도 두려움 없이 근처의 병원을 찾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치과가 무서워 이가 아파도 참던 과거의 나는 이제 추억이 되었고,

이젠 쿨하게 예약하고, 치료를 받고 상쾌한 기분으로 치과를 나선다.


누군가의 두려움, 고통, 공포감을 누그려 트릴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몸에 각인된 공포감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작용하는 것은 

비슷한 상황에서 잠자던 공포감이 지금 이 순간으로 불려 와 재현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어렸던 나도 성장했으니 

그 안에서 두려움을 이겨내는 재경험들이 과거의 경험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나를 향한 사려 깊은 마음, 

그에 힘입어 두려움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로 삶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난다.

앞으로 남은 4주 간의 치료. 그 시간이 두려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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