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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Nov 20. 2024

별은 이미 반짝입니다


그림을 그렸습니다.

선생님은 옆에 앉은 짝꿍의 그림을 칭찬합니다.

도화지 반 만하던 내 그림은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이고

모퉁이에 쭈그려 앉아있습니다.


노래를 제법 잘 불렀지만

더 잘 부르는 친구가 무대 중앙에 섰습니다.

관중은 열광하고

친구는 더없이 빛을 발해

내 눈이 멀 지경입니다.


이번엔 춤을 춰 봤습니다.

벽면 거울 앞에 뻣뻣한 나는

음악에 몸을 맡겨보지만

비율 좋은 친구의 길쭉하게 뻗은

두 다리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반짝이지 않을까 신경 쓰다가

마침내 빛을 잃었습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반짝이려 했던 걸까요?


밤하늘에 빛나지 않는 별은 없습니다.

모두 제각기 빛을 발하지요.

더 반짝이고 덜 반짝이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빛나는 별들은

얼마나 자유로운 가요.


이제 나는 글을 씁니다.

백사장의 수많은 모래알처럼

내 글도 무너지고 부서지고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는 쓰임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더 반짝이거나 아름다울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그저 존재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미 빛을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


아주 오랜만에 시를 써 봅니다.

여전히 시가 뭔지

아무려면 어때 라는 마음으로

그저 마음을 쏟을 뿐입니다.

평범한 내가 누구에게

무엇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그저 나는 우리가 되어

잠시 덜 외롭거나

더 따뜻할 뿐이지만

어쩌면 그 잔잔한 위로가

나와 우리를 치유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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