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았던 세상은
많은 것이 비어 있던 세상
눈을 감고 더듬더듬
투박한 손으로 만졌던 세상은
그 모든 게 가득 찼던 세상
세 걸음만 다가갈 수 있다면
빈자리에 숨어있던
지저분한 마음과
세 걸음만 다가갈 수 있다면
감춘 게 들킬까 지레 겁을 먹은 아이가
힘껏 몸을 움츠리고 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비어있음을 허락하지 않던 공기는
하나가 사라지자
지금의 거친 방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의 마음을 만들어내어
처음부터
이것이 내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공허의 자리엔 공허가 놓여야 했는데.
허공의 수면만은
내가 지난밤 보았던 그 모습처럼
작은 미동조차 없이 잔잔하게
아주 잔잔하게 흐를 수 있어야 한다
신중히 밤을 덮자
지금의 질서가 깨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