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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Jun 11. 2024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 되려면

2023년 3월 21일, 새로운 부산을 만들기 위한 ‘빅 드림, 부산의 미래’ 선포식이 개최됐다. 행사에서 선포된 부산시 5대 핵심 전략은 물류 허브 도시, 금융 혁신 도시, 디지털 신산업 도시, 문화 매력 도시, 글로벌 관광 도시 구축으로 정리된다. 모두 기술과 자원이 고도로 집적된 산업화된 도시를 지향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시민이 고민한 부산시의 비전은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다. ‘고도화된 첨단 도시’와 ‘살고 싶은 도시’의 간극. 동료 시민의 선택을 깊이 존중하며 나부터 부산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지,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해보았다. 이곳에서 태어났고, 성장했고, 내일의 안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미래가 또렷하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많은 선배와 친구가 각자에게 더 나은 도시로 떠나갔다. 부산은 누군가에게 살고 싶은 도시이며 정말 다시 태어나도 괜찮은 도시일까.



우선 통계청이 조사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를 살피면 부산은 서울(0.59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0.72 명의 출생률을 기록했다. 부산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출생률 수치를 기록하는 도시다. 하지만 위기를 대하는 행정의 접근은 미온적이다. 이미 한 명의 아이도 부담이기에 0.72란 수치가 등장했지만, 부산시는 ‘둘째 자녀부터 100만 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지자체별 지원내용도 제각각이다. 영도구는 모든 출생아에게 500만 원의 축하금을 지원하지만, 연제구는 셋째부터 50만 원을 지급한다. 같은 부산 안에서도 어떤 행정동에서 태어나는지에 따라 환대의 정도가 다르다.



그렇다면 성장기에는 환대받을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21년 보육 통계’ 데이터를 살피면 부산의 어린이집은 매년 꾸준히 감소 중이다(2019년 1818개, 2020년 1778개, 2021년 1668개). 부산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겨우 23%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인데도 말이다. 아이를 맡기기도 어렵고, 부부가 생계를 유지하며 직접 보육하기도 어렵다. 이미 부산은 다시 태어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도시인 것이다.



그 아이가 성장해 청년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2023년 약 340만 명인 부산 인구는 2035년 295만 명으로, 2050년에는 251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절대적인 인구 감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지역 대학은 순수학문 과목부터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미 다수의 인문계열이 사라졌고, 이공계도 수학과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의 위상이 흔들린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수록 대학의 정원미달 사태는 반복될 것이고, 이는 결국 지역대학의 존폐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주목해야 할 진짜 문제는 ‘살아남기 위해 다양성부터 포기하는, 뻔하고 단조로워지는 지역 분위기’다. 벌써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과목과 취업률이 보장된 산학연계 과목을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한다. 과거에는 어디에서 성장했는지에 따라 청년이 마주할 경험의 질이 달랐다면 이젠 지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아예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가 존재한다. 독특한 관점을 지닌 사람과 새로운 다양성을 마주할 가능성이 부족한 도시, 이처럼 삶의 양식이 단순해진 도시에서 과연 청년은 계속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할까.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선택은 되돌리기 어렵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부산의 비전인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에 이미 녹아 있다. 누구든 안심하며 아이를 길러내고 온전히 태어남을 축복할 수 있는 도시, 새로운 자극과 안정감을 느끼며 성장을 확신할 수 있는 부산이 돼야 한다.



            



한때 폭발적으로 도시가 성장했기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도시의 축소를 막기보다 축소되는 과정에서 무엇을 지켜내고, 혹은 무엇을 먼저 포기할지 민주적으로 선택하는 소통이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가 작아질수록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대도약의 원년인 올해부터는 부산에서 살아가길 선택한 시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물어보는 자리, 아직 지역사회 내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한 이들에게 직접 권한을 이양하며 함께 도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희망한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30403.2202100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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