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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람 Jul 14. 2016

[카페이야기] relieve #2

비 오는날엔 라떼 한잔

라떼의 흔적과 노트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것이 확실히 본격적인 장마가 아닐 수 없다. 불금인데 집에 바로가기는 왠지 좀 아쉽고 해서 멀리 아닌 가는 길의 강남을 들렸다. 비에 쫄딱 젖어 운동화라기보다 장화에 가까운 신을 벗고자 샌들 올여름 최초의 샌들을 사 구기듯이 신고 여기로. 오늘은 라떼를 주문한다. 모름지기 억수 같은 비에는 따끈한 라떼가 제격이지. 이 생각은 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걸 보니 주당?들이 말하는 비 오는 날의 파전에 막걸리와 그리 다르지 않구나도 싶네. 오랜만에 김사월X김해원의 곡들을 듣고 있는데 건조하면서 담백하고 씁쓸하면서 젖어드는 감성이 제법 괜찮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건 라떼고 부족한 건 내리는 비고 단지 부족한 건 메마른 내 감성이로구나. 여기 카페는 딱히 자리가 나뉘어 있지 않아 처음 오면 뻘쭘할 수 있다. 온통 테이블에 사람이 다 앉아 있어 내 앉을 곳 없어 보임에. 테이블에 합석이라 해야 하나? 제 한 몸 앉을 곳 있으면 그냥 낮으면 되는데.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려울 상 싶다. 내 옆에나 내 앞 그리고 옆 테이블의 아무도 없는 곳엘 앉질 않고 이리저리 기웃이다 테이블 없는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을 보니 드는 생각. 비가 아직 많이 내린다. 적당히 사그라들면 가고프건만...언제쯤일까.

라떼

그냥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필요에 의해 신을 사 신는 건 익숙한데, 나 이 신발 어제 빨았다 싶으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날. 그래도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저녁이라 뭔가 특별한 곳에 가고 싶었는데 결론이 릴리브인 것을 보면 그냥 아쉽지만 여유를 즐겼다는 위안을 주자 싶은 게 컸겠지. 지금에 생각해도 비 오는 날에의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되지만, 차라리 이태원을 갔던 게 나을까? 생각하면 이날은 신발을 갈아 신어야 했기에 강남이었구나. 지하며, 1층이며, 2층이며, 3층이며 사람들이 적당히 있었는데 난 적당히 3층에 앉았지. 그날은 비가 더 왔어야 해. 그리고 오늘도 비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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