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좋아하던 활동이 있었는데 그건 <세계 여러나라 찾기>였다. 칠판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동그라미 자석에 붙은 나라이름의 위치를 맞히는 활동이었다. 당시에 아는 곳이라곤 살던 동네와 엄마의 고향밖에 몰랐기에 세계지도는 그저 그림으로만 느껴졌다. 처음 세계 나라 이름과 위치를 맞히는 일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반친구들과 다같이 누가누가 더 많이 알고 외우나를 대결하고 선생님은 틈만 나면 그 활동을 해서 어느 순간 세계지도가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에는 다른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자세하진 않지만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다.
멜버른에서 서로의 국적을 묻고 답할 때 그들이 나에게 나라 이름을 말해주면 내 머리에는 자동으로 세계지도와 자석이 떠오른다. 시골에 살던 아이에게 선생님이 계속해서 보여준 그 지도가 내 세계를 알게 모르게 넓혀주었나보다. 세계는 넓다는 사실, 그리고 지구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 나는 세계를 그림이 아닌 실체로써 보고 느끼며 살고 있다. 세계는 단순히 선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멋진 곳이라는 걸 매일매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