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무작정 떠나온 호주.
내가 알던 호주는 워킹홀리데이, 코알라, 캥거루, 자연, 농장이 전부였다.
작년말 갑작스레 이곳에 오기로 결심하기 이전까지는 내 관심사에 든 적이 없는 나라였다.
살고 싶기는 커녕 여행으로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런 곳.
기대가 없었기에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걸까?
실제로 와서 마주한 호주는 놀라우리마치 내 취향에 맞아 떨어졌다.
다른 대륙에 비해 크지 않은 곳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도시와 마을이 있다니 싶은 마음도 들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1년을 조금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세컨비자를 위해 농장으로 향했다.
떠나오기 전에 친구들이 딸기 따러 가느냐며 블루베리니 뭐니 말할 때면
"아니 절대 안 가 절 대 절 대. 거기 갈거면 그냥 한국 올 거야." 하고 말했었는데
지금 난 딸기가 뭐야,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까지 베리란 베리는 다 딴 사람이 되어있다.
사람에게 결심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한 시간들이었다.
88일이란 시간을 농장에서 보내야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허락되는 세컨비자를 위해 지금은 울굴가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 울굴가라는 마을 이름을 듣고서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울굴가.. 왜인지 그렇게 좋은 어감은 아니었다.
이름이 또 뭐가 중요한가. 어감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마을이었다. 한적한 동네, 각양각색의 주택과 정원,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커피와 브런치 먹는 풍경들, 탁 트인 바다, 책방, 도서관, 카페, 빵집. 딱 필요한 것들이 알맞게 갖추어진 마을. 마을이 크지 않아 심심할 수도 있는데 이곳은 조금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심심한게 맞는데 좋은 느낌. 심심함에 나름의 재미가 몇 스푼 첨가된 그런 느낌. 담백함? 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아무쪼록 마음에 드는 그런 곳.
이번 생에 나에게는 참 다양한 곳에 가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나보다. 그게 신기하고 재밌는 일, 또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취향과 색이 시간이 흐름과 함께 더더욱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