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시간 단축을 위한 UX 제안
얼마 전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병원은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인파를 자랑 중이었다. 예상 대기시간 무려 2시간. 자가키트는 정확도가 낮고 PCR 검사는 대상자만 받을 수 있으니, 좋든 싫든 꼼짝없이 붙잡힌 신세였다.
순서를 기다리며 가만히 병원 돌아가는 꼴을 보니…. 무려 2시간이나 걸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건 답답해서 쓰는 글이다. 전국의 병원은 소리 좀 그만 지르고, 머리 맞대어 소요시간이나 줄여보자. 다음은 신속항원검사 소요시간을 폭발적으로 줄이기 위한 UX 제안이다.
환자는 병원 방문 시 첫 행동으로 "접수"를 한다. 이름과 증상을 말하고 의사를 만나기 위해 줄 서는 단계다.
1) 검사환자 vs. 진료환자
환자 유형은 크게 검사환자(신속항원검사가 목적인 환자)와 진료환자(질병으로 인한 진료가 목적인 환자)로 나눌 수 있다. 지금 같은 특수 상황에선 둘의 분리가 필요하다.
만약 의사가 한 명이거나 규모가 협소하다면 두 유형을 모두 보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시간대를 분리하자. 검사환자가 월등히 많을 테니 진료환자의 시간을 오전, 오후 중 각 1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의사가 두 명 이상이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된다면 루트를 분리한다. 1명은 진료환자만 맡고 1명은 검사환자만 맡는 식이다. (사실 이비인후과 특성상 진료환자는 마스크를 내리는 일이 허다한데,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높은 검사환자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2) 초진 vs. 재진
병원은 환자의 이름과 방문 목적과 함께 해당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확인한다. 처음 방문할 경우, 개인 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폰 번호)의 입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방문한 병원은 이 정보를 굳이 "휴대폰"에 적어서 보여달라고 하더라. 디지털 문맹률이 높은 노년층은 당연히 버벅거리기 시작하고 진행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된다. 연장선 상에서 태블릿, PC 등의 전자기기를 이용한 셀프 접수도 마찬가지다. 폭발적인 인원이 몰려드는 상황에선 수기 작성이 가장 직관적이고 빠른 방식이다.
한편, "오신 순서대로 차트에 이름 적어주시고요. 처음 오신 분들은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도 적어주세요." 달달 외운 문장을 반복하는 앵무새 케이스도 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니 역시나 소요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자, 구태여 긴 말로 서로 힘들 필요 없다. 위와 같은 항목의 차트를 준비하자. 검사환자의 경우 "오신 순서대로 차트 작성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끝이다. (주소 부분에 "몇 동 몇 호까지 적어주세요."라는 문구를 꼭 넣어라. 사람들이 꼭 이 부분을 대강 적어서 두 번 말하게 한다.)
3) 수납
원래 수납은 검사와 진료가 종료되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안내 데스크에 접수와 수납 동선이 혼재되어 뒤엉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검사환자에 한하여 접수와 동시에 수납을 한다.
4) 대기
접수를 마친 환자는 로비에 앉아 호명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 가능하다면 검사 대기와 결과 대기 자리를 분리한다. 검사 대기자는 진료실에 가까운 자리로 배치해 빠른 입장을 돕고, 결과 대기자는 출입문과 가까운 자리로 배치해 빠른 퇴장을 돕자.
접수를 마친 환자는 차례대로 호명되어 진료실로 이동한다. 중요한 건 이들은 일반 진료를 보러 온 환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미 없는 대화는 생략하고, 막대기로 콧구멍 깊숙한 곳을 찌르기만 하면 된다. 즉, 한 명씩 이동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접수된 여러 명을 한 조로 묶자. 인원은 5분 내에 검사를 마칠 수 있는 수로 구성하자. 간호사는 한 조씩 호명하여 진료실 문 앞으로 이동시킨다.
1) 검사
차례대로 한 명씩 진료실로 입장하여 검사를 "연달아" 실시한다. 검사를 마친 테스트기는 하나의 트레이에 모아서 올려두는 데,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테스트기 상단에 환자 이름을 기입한다. 마지막 환자의 검사를 마치면 10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2) 대기
환자는 대기 장소로 이동하여 결과가 나오는 10분간 기다린다. (물론 대기하는 와중에도 다른 조의 검사는 계속해서 진행된다.)
10분 후 알람이 울리면 간호사는 트레이에 놓인 테스트기 결과를 확인한다. 환자 차트에 결과를 기록 후 환자가 대기 중인 장소로 이동한다.
1) 음성
결과가 음성인 환자 성함을 호명하고, 귀가를 안내한다.
2) 양성
결과가 양성인 환자 성함을 호명하고, 공통적인 안내사항을 전달한다. 검사를 잠시 멈추고 한 명씩 진료실로 안내하여 추가 진료를 한다.
1)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거나 PCR 검사를 희망할 경우 안내 데스크로 안내하자.
2) 신속항원검사와 PCR의 차이, 본 병원에서 PCR 실시 여부, 코로나 안전수칙 등 자주 묻는 질문은 취합하여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자.
역병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배려와 관용으로 우리 모두 건강한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