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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스트 Jun 20. 2022

글 쓰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일상 속 단상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기보다 혼자 있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다. 대화를 한다면 대략 7:3 정도의 듣기와 말하기를 좋아하며,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나 목표 설정은 적극적이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는 것은 그다지 소질이 없다. 남들 다하는 트윗과 인스타그램 나도 하지 뭐! 해서 개설해도 결국에는 트친의 글을 리트윗 하거나, 좋아요, 하트를 누르는 것에서 멈춘다. 그런 나이지만, 주변 동료와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바사는 어떻게 마음먹고 행하는 행동들에 중간이 없어요?'라는 말이다. 



8년째 자전거로 출퇴근 중이고, 알코올과 커피를 끊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 마음먹은 뒤부터 날씨에 영향, 외근의 영향이 있지 않으면 주야장천 8년째 자전거로 출퇴근 중이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홉의 깊고 진한 수제 맥주와 커피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몇 년 전, 스트레스성 이명을 겪은 뒤 알코올과 카페인은 증상을 재발시킬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지금껏 무알콜 맥주와 디카페인 커피가 그 자리를 매우고 있다. 

2월 1일부터 기록을 시작한 매일 운동 루틴 기록 중 5월부터 현재까지의 운동기록을 인스타그램에서 캡처해왔다.



쉽게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시작으로 단계적 목표 수위 높이기로 자기 효능감 극대화 그러나...

그뿐 아니라 올해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하겠다 마음먹은 2월 1일부터 그 약속을 지키며 오늘로서 138일째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또한, 몇 년 전 몸을 배배 꼬며 시작했던 독서가 이제는 읽지 않으면 짜증이 솟을 만큼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그렇게 해요?'라는 질문에 처음엔 쉽게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잡고 자기 효능감을 채워나가다 단계적으로 목표의 수위를 높인다는 재미없지만 솔직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아무리 목표를 최소로 잡아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자기 효능감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바로 글쓰기다. 나에게 글쓰기란 재능 없는 게임을 어찌어찌하여 최종 결승전까지 왔지만, 제대로 된 공략 방법과 기술이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최종 보스 같은 것이다. 그런 내가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었던 건 독서 덕분이었다. 



희망을 안겨 준 독서와 좌절을 안겨 준 글쓰기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히기 전 최초의 시도는 앞서 적은 방식처럼 단계적 책 읽기 방법이었다.  처음엔 결심한 날부터 2주에 1권 완독 목표를 시작으로 독서를 시작했고, 그다음 해엔 주당 최소 책 1권으로, 그다음 해엔 주당 최소 2권으로 그러는 사이 다시 해는 넘어갔고 목표는 습관으로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권수보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 사이사이 나는 써야 할 것 같아 몇 번의 글쓰기를 시도했지만, 매번 나가떨어졌다. 어렵게 글을 완성했다 해도 그다음 날이면 지우기 바빴다. 어떤 날엔 글을 써보겠다 의자에 앉아서는 깜박이는 모니터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다 결국엔 전원을 꺼버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우선 읽자. 읽는 게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이 내 안에 쌓여서 뭐라도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읽고 또 읽었다. 



2019년부터 책 읽기를 시작하고 2020년부터 북적북적 앱을 통해  본격적인 책 읽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쌓아보기 형식으로 3년간 저장된 이미지 앞부분을 캡처해왔다. 



적어야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이 도래하다

그러다 드디어 올해 초, 그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북적북적이라는 앱을 통해 기록해놓았던 책들을 바라보다 읽었다는 자기만족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쓴다는 건 흩뿌려진 생각을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기도 한 건데, 쓰지 않다 보니  책에 대한 감상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적어야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으로 서서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찮음보다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는 날 브런치에 가입했고, 귀찮음이 앞서는 날이면 부담을 내려놓고 책을 읽었다. 그런 날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드디어 브런치 개설 신청을 했다. 생성 목적이 위와 같다 보니,  지치지 않는 선에서 책과 생각이 맞닿는다 느낄 때 적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전 미흡하지만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라이킷의 마법 같은 기쁨에 독려된 마음

그런데 그런 글에 생각지도 않았던 라이킷 알림이란 것을 받고는 솔직히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귀한 시간을 내어 글을 읽어주신 분들과 라이킷으로 환대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나는 예상치 못한 라이킷의 마법 같은 기쁨에 독려되어 최소한 1주일에 한편 정도는 글을 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가지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예상을 뛰어넘는 업무 마감에 쫓기게 되면서  책 읽을 시간은 물론 잠자는 시간까지 부족해졌고, 그 생각은 잠시 미루게 되었다. 



지금 바빠서 다행이다

그래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바빠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독자가 1명도 없는 지금 불규칙적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심이다. 좀 더 풀어 얘기하자면 언제든 접속만 하면 읽을 수 있는 글에 애써 구독 버튼을 눌러줬다는 건 조건 없이 글쓴이의 글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응원이 담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으니 지금 구독자가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하. 기본 일에 더해 추가된 업무가 다른 종류의 글쓰기이다 보니 기한 내에 글을 쓰고, 피드백을 통해 글을 다듬어가는 요즘이라 스트레스가 쌓인다.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어서 빨리 도래 하기를. 그리하여 평소의 호흡으로 책을 읽고 사각사각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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