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암 Oct 28. 2024

심어진 나무를 보며

10월 27일의 이야기

다정한 사람이 마련해준 포근한 침구 안에서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친구들이 색색거리며 잠들어 있는 시간에 조용히 창밖을 보았다.


단풍이 들기 전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리는 요즘, 가을을 잃어버렸다고 서운해하는 와중에, 이곳의 나무들은 아주 살짝 붉거나 노랗게 변한 잎을 매달고 있어서 자꾸만 바라보게 한다. 재개발 소식으로 값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 속에 있는 나무가 혼란스러운 기후 속에서도 계절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란. 만으로 38살이 된 이 아파트에 저 나무는 언제 왔을까? 언제라도 베어지거나 뿌리째 뽑혀 옮겨질 처지라는 걸 아마도 알고 있지 않을까.


숲속의 나무들은 진균을 통해서 탄소와 질소, 심지어 인간과 동일한 신경전달물질로 서로 소통한다고 한다. 나이 든 나무는 어린나무에 물과 양분을 주며 양육하고 동료 나무들에 비상경보를 울리기도 한다. 그렇게 숲을 길러내는 어머니 나무를 중심으로 조화롭게 살아간다. 인간이 목적을 갖고 키워서 이리저리 옮겨지고 베어진 나무는 그 언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을까?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띄엄띄엄 심어진 저 나무들이 땅속과 밖에서 진균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고독하게 지내진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두려움을 이기는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