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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vn Mar 21. 2023

평범한 사람이 노마드가 되는 과정

삶에 얼마만큼의 자유를 원하시나요?

여행이 일상이 된 사람들

대단한 부와 명예를 가진 재력가는 아직 못되지만, 내겐 그 못지않게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생겼다.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삶


인터넷에 접속될 수 있는 한 나의 오피스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언제 어디에서 깨어나 어떻게 일을 할지, 하루일과에 대한 모든 결정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세간에서는 이렇게 시공간의 한계 없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돈을 벌며 자유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방랑자들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흔히 상상하는 해변가에 노트북 켜놓고 앉아 코코넛을 마시고 있는 한량들 말이다. 여행은 항상 알 수 없는 동경을 부르기에, 노마드의 삶은 신기루에 가깝다.


일 년 반을 지구를 떠돌며 신화 속 상상의 동물 같은 노마드 수백여 명을 실제로 마주했다. 국적, 직업, 사는 곳 등 다양한 배경만큼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매우 다채롭다. 노마딩의 자유도에 따라 이들은 다음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노마드 1단계: 해외 취직 또는 파견 근무


특정 국가에 아예 정착을 하여 그곳에서 수입원을 찾은 케이스. 해당 국가로의 이주 혹은 해외 살이 경험을 목적으로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십 년을 정착해 산다. 업무 시간 및 공간에 있어 백 퍼센트 자유를 누리지는 못한다(원하는 곳에 발령받지 못한다거나, 비자 연장에 실패한다거나). 흔히 다음과 같은 경우다.

 

- 글로벌 기업 근무(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지)
- UN 등 국제기구 직원, 외교관, 군인
- 유학생, 학계 연구자
- 해외 인턴십(워킹 홀리데이 등)


해외 살이에 도전하는 경로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지인 네트워크나 링크드인을 통해 해외 취업 제의를 받거나, 숙달된 기술을 살려 바텐더, 미용사, 요리사, 트레이너 등 온갖 종류의 현지 일자리를 직접 부딪쳐 얻어내기도 한다. 


해외 취업의 핵심 스킬은 현지인들과의 소통 및 네트워킹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채용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는 기본 회화 수준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외 본인의 강점이 되는 역량(예: 제2외국어, 프로그래밍)과 본인의 네트워크(리퍼럴)다. 애당초 이 회사들이 완벽히 말이 통하는 직원을 원했다면 진작에 영미권 애들만 뽑았다. 해외에 떨어진 한국인들이 키워야 할 소통 역량은 언어적 표현 자체보다는 리액션, 자신감 등 반언어/비언어적 표현과 관계될 때가 많다.



노마드 2단계: 원격근무자


소위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정석, 즉 가상공간의 수입원으로 먹고살며 여행하는 케이스. 특정 국가나 지역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어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노마딩이 가능하다. 힘센 통화로 페이를 받으며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거주하는 효율 끝판왕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크게 외주를 받거나 본인 프로젝트를 하는 프리랜서와 다달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리모트잡 근무자로 나뉜다. 혹은 N잡으로 둘 다 하는 경우도 있다(예: 본인). 소득은 직무, 본인의 스킬, 근무 국가 등에 따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수준부터 억대 연봉까지 천차만별이다.


- IT업계 종사자(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SEO, PM 등)
- 강사(외국어, 심리 치료, 피트니스, 요가 등)
- 콘텐츠 크리에이터, 소셜 인플루언서
- 컨설턴트, 원격 비서, 번역가


원격근무의 핵심 원리는 아웃소싱. 물가가 높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은 바깥의 고급 인재들을 보다 싸게 데려오며, 피지컬 오피스 유지비까지 절감한다. 같은 논리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인도, 필리핀, 터키에서 직원들을 고용해 간다. 아웃소싱이 활발해질수록 그곳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대단한 학위나 스펙으로 예쁘게 포장한 사람이 아닌 재야의 고수들이다. 능력치를 키워 세상에 알리기만 해도, 한국 회사에선 상상도 못 할 돈을 벌며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


리모트잡의 경우 링크드인이나 Remote OK 등 플랫폼에서 채용 공고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추천하는 방법은 발리나 리스본에서 한 달간 미친 듯이 온갖 네트워킹 행사를 참여하는 쪽이다. 노마드들의 수도 격인 이런 도시들은 원격 근무나 사업에 진심인 인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꽤 많은 친구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나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리모트 잡 기회를 따냈다. 나 역시 비슷한 경로로 백수 시절 손가락 빨며 구경하던 회사의 CEO와 친분을 맺거나 유망한 스타트업 입사를 제안받곤 했다.



노마드 3단계: 자본가


노마드계의 최종 보스. 자는 동안 들어오는 현금 흐름으로 노마딩이 가능한 케이스. 가령 이런 사람들이다.


- 본인이 일하지 않고도 굴러가는 사업 소유
- 부동산, 기업 투자자
- 자신의 콘텐츠로 로열티 등 가치 창출   


이 단계의 사람들은 노동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패시브 인컴을 통해 노마드의 삶을 누린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할지 일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쥐고 있어야 한다. 하루 꼬박 4시간씩 자며 회사에 매달리는 임원이라면 자본가가 될지언정, 노마드엔 속하지 않는다.



위 세 가지 유형은 자유도를 기준으로 내 마음대로 추산한 노마딩 방식의 차이일 뿐. 실제로 내가 만난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감히 한 단어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넓다. 시간, 공간, 수입원, 네트워크 등 갖가지 경우의 수만큼이나 다채롭게, 각자는 각자가 정의 내린 ‘노마드’가 된다. 그만큼 돈 벌며 여행하는 방법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경우의 수들을 관통하는 이상적인 ‘노마드’란 아마도 스스로의 삶에 온전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유인’이다. 한번 동굴 밖 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구글맵에 북마크는 점점 늘어만 가고, 앞으로 난 영영 오피스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될 테다. 한 번 노마드가 되어본 사람은 내 마음대로 삶의 목적지를 정하는 모험의 순간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렇게 온전히 자유로운 지구의 한 톨 먼지가 되었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나의 의사로 빚은 인간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지. 나의 여행은 계속해서 일상을 잠식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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