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공유 3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by Lion Kid Dec 02. 2017

우리의 바다는
그 어느 육지보다 아름답다

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32 (잔지바르)

이래서 휴양지로 오는구나

    3박 4일간의 잔지바르 일정을 위해 따로 준비할 것들은 많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대부분의 짐을 다 가져가게 되었다. 트럭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그래도 혹시모를 노파심에 이것저것들을 챙겼고, 그러다보니 짐이 늘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를 마신 후, 우리는 가이드가 예약해 둔 택시를 타고 부둣가로 향했다. 나는 항구도시를 참 좋아하는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바다 냄새와 또 피부로 전해지는 생활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르에스살렘의 항구는, 무척이나 붐비고 복잡했지만 그게 꼭 기분이 나쁘지 만은 않았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영토이긴 하지만,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따라서 마치 국경을 넘을 때처럼 우린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럼 아마도 잔지바르에 도착하면 여권에 도장이 하나 더 찍힌다는 소리일 테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여행을 그렇게나 오래 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촌놈 티를 못 벗어난 것 같다. 여유있게 항구에 도착한 우리는 카드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잡상인들이 와서 이런저런 간식거리들을 팔았는데, 단 한 시간이면 잔지바르 섬에 도착하기에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현지인들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신혼 여행지로도 꽤 유명하다던데, 어쩐지 기대감이 더욱 부풀어졌다.

잔지바르의 항구
그리고 배에 타서.

    잔지바르는, 세렝게티와 함께 후반기 여정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고 있다. 잔지바르+세렝게티 패키지로만 판매되는 루트 및 상품이 있을 정도다. 어제 합류한 새 멤버들은 이 패키지를 신청한 이들이었다. 아주 오래도록 국립공원들과 사막에만 있다가, 정말 모처럼 바다를 보니 기분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시원했다. 물론 이건, 정말 다행스럽게도 순전히 나의 위장이 매우 튼튼한 덕분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배멀미 때문에 토를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헛구역질을 했다. 물론 나도 약간의 매스꺼움을 느꼈으나, 대략 25일 만에 바다를 보게 된 것으로 인한 시원함이 훨씬 더 컸다. 아프리카를 횡당했다는 게 새삼 실감났다.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첫 바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이었다. 대륙 전체로 보면 남해로 볼 수 있겠다. 그 다음은 나미비아의 스와코프문트로, 여기는 서쪽의 바다며, 이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했었다. 그리고 이제,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바다에 오게 되었다. 한 대륙을 횡단했는데, 그것이 트럭킹과 캠핑이라는 다소 고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내심 뿌듯하고도 오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순례길을 걸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그때도 한 국가를 횡단하는 데 가장 고전적인 교통수단조차 이용하지 않았기에 더욱 뭉클했었다. 오늘 역시도 지난 바다에서 이곳 바다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생각나, 어쩐지 멜랑콜리한 감정이 들었다.


    잔지바르의 항구에 내려 잔지바르로의 입국 심사 아닌 입국 심사를 마쳤고, 항구를 빠져나오자 현지 여행사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해질녘을 바라보는 선셋 크루즈를 제외하고 별다른 일정은 없었다. 3일차에는 향신료 투어와 잔지바르 시내 관광이 있긴 한데, 그걸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이 '휴양'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나의 몸과 정신 상태로는 휴양이 최선의 옵션이었다. 차를 타고 달리는 길에 마을들이 보였다. 딱히 내륙 지방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는 않았다. 잔지바르 역시도 라마단 기간이라고 한다. 우려스러운 마음에 술을 마실 수 없는지 물어보니, 그건 아니란다. 우리가 머물 리조트는, 라마단에 구애받지 않는 곳이라고. 역시 관광지는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조금 더 달리자 우리의 리조트가 나왔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식당으로 모였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바다를 보았는데, 어머 세상에, 바다 색이 정말 예뻤다. 이런 색의 바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격했다.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리고 하나의 직감이 떠올랐다. 아, 여기서 술을 엄청나게 마시겠구나. 이 예감을 틀리지 않았고, 각종 칵테일들과 맥주를 지금까지 아주 많이 마셨다.

리조트로 가는 길

    딱 하나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이 아프리카의 우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는 점이었다. 아주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선셋 크루즈를 조금 더 날이 좋을 때 즐기기 위하여 오늘의 일정을 취소했다. 그러자, 오늘은 정말 할 게 없어졌다. 가뜩이나 할 게 없는데, '해피 아워'라고 하여 술을 매우 싼 가격에 파는 시간대가 있었다. 우리는 모여서 바다를 바라보며 칵테일들과 술을 마셨다. 비는 금방 그쳤고, 바다 위에는 돛단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해질녘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내일의 선셋 크루즈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바다색이 정말로 무척 아름다웠는데, 해질녘의 바다는 더욱 환상적이었다. 내가 목격한 바다들 중 단연코 최고였다. 아, 피란도 있었지. 음, 그러면, 도시 전체로는 피란이 최고였고, 대신 바다만 따지고 보면 잔지바르의 바다가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늘색 바닷물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고, 낯선 돛단배들까지 겹치며 이국적임은 배가 되었다. 하늘의 태양은 '금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따사롭고도 아름다웠다. 그 황금빛 노을을 가로지르는 돛단배들은, 이곳을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만 있기에는 아쉬워, 리조트 밑으로 내려가 직접 모래사장 위를 걸었다.


    모래사장을 걷던 중에, 아주 많은 잡상인들이 와서 자신들의 조각품을 살 것을 강권하였고, 그들 때문에 바다를 감상하는 게 조금 방해가 되기도 했다. 적당한 수준만 되었어도 구매했을 텐데, 지나치게 조잡하여 차마 돈을 쓸 수 없었다. 내려와서 걷는 바닷가에는 쓰레기도 있었고, 또 잡상인들도 많았지만, 맨발로 걷는 그 만큼의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부드러운 모래가 좋았다.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혼자 다소간의 감상적임에 빠지기도 했다. 뭐 그럼 좀 어떠랴.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데. 감상적이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거지.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와 리조트 근처

    사실 나는 아직 흔히 말하는 '휴양지'로의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그건 아주 먼 미래에, 그러니까 신혼 여행 즈음이 됐을 때나 가는 여행지 같았고, 젊을 때는 어떻게든 고생스럽고도 몸을 많이 쓰는 여행지를 다녀야 한다는 지론이 있었다. 오늘 잔지바르에 와서, 휴양지들의 매력을 얼핏 느꼈다. 그냥 이렇게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자라면서 언제나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게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떠한 강박도 당위도 없는 휴양지에서는 또 그 만큼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물론 이런 곳으로만 7개월을 여행을 떠나라고 하면 너무 지루할 것 같기에 절대 못 한다고 할 테지만, 긴 여행의 중간에 맞이하는 이런 휴양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미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여행을 하고 있기에, 나의 다음 여행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다음 여행을 결정하기까지의 삶이 지나치게 빡세거나 힘이 들면 발리 등의 휴양지도 고려 대상에 포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상쾌한 모히토를 마셨는데,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다만 주변에 한국인들이 없어,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드립을 칠 수 없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일몰의 잔지바르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매우 많은 걸 해온 이 여행에서 마주하게된 휴양지였기에 이곳의 아름다움과 포근함이 더욱 배가 되었다. 중간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그리 많은 비도 아니었고, 바다색이 정말 아름다워 카메라 셔터를 계속해서 찍어대었다. 특히 일몰이 정말 아름다워서, 내일 있을 선셋 크루즈도 무척이나 기대 된다. 여행 전만 해도, 이런 휴양지를 가는 데에 돈을 쓰는 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가족에게 보낸 카톡은, '천국이 여기 있었다'라는 문장이었다. 이곳에 더 머무를 수 있다는 게 새삼 행복했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며칠이나 더 누릴 수 있다니! 그것도 잠은 편안한 침대에서 자면서 말이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성시경의 '쉬어요'다. 

keyword
magazine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잡다하지만, 방대하지는 못 한 관심사
E-mailㅣintherainglow@gmail.com
Instagramㅣwriting_lionkid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