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4800만원 달성하고 50만원 남은 이야기

텀블벅, 이렇게 하지 마세요. 제발

by 평일

#펀딩은 창작자의 새로운 시도지만, 숫자를 알아야 순이익을 남긴다.


오랜만에 독서모임친구를 만났다.


차에 시동을 걸면서 친구는 말했다.

"평일님 텀블벅 수입으로 차 한대 뽑는 거 아니에요?"


참고로 그 친구는 중고로 구입한 120만원짜리 작지만 야무진 경차를 몰고 다닌다.

그래, 최소 몇 백은 내가 벌었을 줄 알고 물어봤겠지.


텀블벅 페이지에 4800만원이 넘게 모였고, 3700퍼센트 달성률을 넘었으니 숫자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리도 한 때 정산이 되면 가정용 홈스파를 사고, 에어팟 프로도 사고, 아이폰도 최신형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꿈을 꾸었으니(나는 아직도 오래된 중고 아이폰 7를 쓰는데, 그 때 잠시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케이스, 그리고 아이폰 미니를 찾아보며 헛된 꿈을 꾸었었다.)


아직 바깥은 한여름이라 차 안에 열기는 후덥지근했다. 핸들을 돌리는 친구에게 나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얼마 전 처음 정산을 했는데 3명이 나누니깐 52만원씩이었어요. 바로 전 주에 부가가치세도 160만원 떼가더라고요. 그 부가가치세 떼기 전에 정말 이게 맞나 싶어서 탈잉에서 어렵게 연결한 세무사랑 세무 전화상담했는데 20분 상담하고 55000원 나갔어요."


"정말요? 말도 안 돼"

하면서 친구는 일단 빨리 장소를 옮겨서 이야기 하자고 했다.


고양에 사는 친구가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이케아 가는 길에 들리면 같이 커피라도 마실 수 있냐고 물었고, 그렇게 우리는 이케아 앞에서 만났다.


하지만 오랫만에 만남에 둘 다 퇴사와 텀블벅 프로젝트 이후였기에 해야 할 근황 토크가 산더미처럼 있어서 기빨리는 이케아 푸드코트대신 조용하고 영양가 많은 쌈밥집으로 향했다.



#경험이 쌓였다는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열심히 달렸다.

퇴사하고 좀 더 재밌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팔아보고 싶었다. 마음맞는 동료끼리 일해서 좋았고, 주도적으로 스케줄 잡는 것도 좋았다. 전 직장에서 4가지 일에 PM을 하면서 잡다한 업무를 하는 것도 싫었고, 처음 해보는 홈페이지 오픈에 PM으로 들어가서 두려운 마음에 매일 한숨쉬면서 회사 옥상에서 마음 다잡는 것도 혼자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택시타고 오는 일상도 지쳤으니


회사 일이나 비슷한 일을 외주로 받아서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열의를 가지고 월급 주지 않는 프로젝트 팀을 꾸려서 해본 일은 처음이었다.


사실 예전 직장에서 텀블벅이랑 협력사여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도 있고, 미팅도 여러 번 했지만 어디까지는 나는 서포터에 입장이었고, 아이템이 있는 창작자들을 지원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회사 이름 떼고 개별 창작자 입장에서 페이지를 개설하고 오픈하기 까지 많은 반려도 당하고 많은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맨 땅에 헤딩처럼 이름부터 컨셉, 타겟도 정하고 로고도 만들고, 끝없는 테스트 끝에 테스터를 만들고, 홍보하고 만들어서 후원자 손에 안기는 것은 정말이지 다른 세계에 일이었다.


처음에 주 1회 하던 회의가 주 2회가 되고, 매주 동대문에 가서 원단과 와펜을 찾으러 다니고, 나중에 주 3회, 주 4회가 되다가 나중에는 2박 3일 작업실에서 밤을 새면서 500장 넘는 티셔츠를 일일이 뒤집어서 쪽가위로 실밥을 뗀 적도 있다. 알람을 맞추고 돌아가면서 20분씩 맨바닥에 깐 돗자리에서 쪽잠 자기도 하고, 저녁에는 공용화장실 문이 잠겨서 셋이 같이 인근에 공중화장실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그래도 돈이라도 많이 남던가 좋은 후기라도 많은 남았으면 좋았겠지.

처음이라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테스트해보지 못한 것. 제품 개발비가 없어서 좀 더 개발에 투자하지 못했던 것은 돌이켜보면 제일 아쉽다.


그래도 일단은 제품을 내놓고, 평가를 들은 후 좀 더 발전된 제품을 내놓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많았던 1100명이 후원하고 1900장의 티셔츠를 만들어야 하니깐 이야기가 달라졌다.


100명중 10%가 마음에 안 들어도 10명인데 1000명 중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나오니 게시판에 불만이 쏟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교환용으로 추가 사이즈 제작을 하기로 마음 먹었고, 펀딩이 끝나고 눈물겨운 3차배송을 거쳐 교환까지 하고 나니 340개의 재고와 아주 작고 귀여운 잔고만 남게 되었다. (이 때 우리는 3차 배송을 제때 끝내지 못하면 환불을 해줘야할까봐 다들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면 정말 파산이기에)


#제작 기간은 여유있게, 비용은 원가에 2.5배를 하세요 제발


우리는 처음에 패기가 넘쳤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이걸 만들면 얼마나 살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다들 패션업에 종사하던 사람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었으니


우리의 아이템은 노브라 티셔츠였다. 작년 추석 때 내가 우연히 갔던 노브라티셔츠 워크샵에서 만난 팀은

브라 없이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워크샵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재밌게 참여했다. 그 때 참여한 참가자 모두가 말했다. 텀블벅을 해보세요. 대박날 것 같은데. 그치만 워크샵 주체자였던 둘을 말했다. 둘이 하기에 여력이 없다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중에 혹시 텀블벅하게 되면 제가 도와드릴께요."

저 마케터인데 스마트스토어 만드는 작업도 하고 홈페이지 작업도 해봤으니 잡다하게 도와드릴 수 있어요!


나는 퇴사 후 먼저 연락하게 되었고 우리는 빠르게 텀블벅용 노브라티셔츠 연구에 들어갔다.

몇 달. 아니 몇 년간의 연구끝에(내가 합류하기 전에도 둘은 2년 동안 나름의 연구를 했었다.) 만들어진 노브라티셔츠였지만 옷을 만드는 언니는 아직 자신의 작업에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가격도 낮게 책정하길 원했다.


나 역시 이전 노브라 티셔츠에 관심이 많았지만 3-4만원 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2만원대 합리적인 노브라 티셔츠 가격을 원했기에 우리는 2만원대 노브라티셔츠를 만들어서 최대한 빨리 배송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 것이 얼마나 현실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공장, 원단 모든 것이 현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텀블벅에서 돈이 들어오기 전 각자 600만원씩 땡겨서 공장과 원단비 등에 때려박게 되는데...)


대기업이 아닌 개인 제작자가 공장과 소통하고, 원가를 절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티셔츠 가격+안감 원단비+부자재비+공장 공임비+ 택배비 및 포장비 이외 기타 등등이 그렇게 많아 질 줄 몰랐다. 물론 텀블벅 창작자 가이드에 있는 엑셀을 다운 받아서 여러 원가와 기타 비용 텀블벅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까지 계산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던 계산이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친구는 고생이 많았다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지칠만하다고. 자기는 단순히 겉에서만 보고 내가 부러웠다고 한다.


근데 사실 그건 나도 그랬다. 친구는 유튜브가 잘 된 이후 책도 내고 이후로 퇴사도 했는데, 나도 그걸 부러워했었다. 우리는 커피숍에 앉아서 솔직한 수입을 공개했는데 역시 보이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유튜브도 책도 텀블벅도 순수익은 많지 않았다. (언제나 궁금한건 도대체 돈은 누가 버는걸까? 겉으로 보이는 거 말고 순수익이 많은 사업이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나는 책이 남는게 별로 없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 순수익은 생각보다는 좀 실망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고 친구는 말했다.


"평일님, 이 이야기를 브런치든 유튜브든 컨텐츠로 만들어보세요"


그래. 나에게 남은건 컨텐츠뿐이니 눈물 닦고 이 에피소드를 기록해보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사업, 창업) 이렇게 하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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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가깝게, 하기 싫을 일을 해야 돈을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