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회사는 왜 저만한 맨파워와 네트워크가 있으면서 저렇게 밖에 못하지?"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탈이나 사내벤처를 볼 때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 시스템, 네트워크, 신뢰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사업을 펼칠 때 많은 실패를 합니다.
기존 사업과의 이해 상충 문제, 이사회의 불신, 임원·간부진의 갈등과 자리보전 욕구, 직원들의 복지부동 등등….
특히나 민첩한 대응과 탄력적 조직 운영이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서 이런 문제를 자주 노출합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의 몰락으로 유명한 SK플래닛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이란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 아래에서 보신주의에 빠졌고, 임원·간부진들은 정적 부상을 쳐내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모기업의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준단 이유로 사업 확장을 가로막았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었죠.
마음먹으면 못 할 게 없어 보이는 슈퍼맨 같은 회사가 어린아이 같은 행동으로 몸을 망쳤습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이 이런 우매한 행동으로 성장의 기회를 차버리고 말았습니다.
대기업이 체계를 잡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함부로 뜯어고치거나 버리기 어렵다는 점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러나 야성을 잃은 집고양이는 생쥐 사냥을 못하는 법입니다.
KBS·MBC·SBS는 방송 패권에 안주하다가 유튜브의 부상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고,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거대 유통 공룡들도 e커머스의 부상에 멸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공급사슬이 급격하게 바뀌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기존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선 절박한 마음과 민첩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조직을 분사하는 등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도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혁신과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벤처스가 출범했을 때도 이런 우려는 있었습니다. 기존 브랜드와 파워에 기대지 않은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겁니다.
늦깎이로 벤처캐피탈 업계에 뛰어들어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샀죠.
그러나 여러 우려와는 달리 국내 대형 VC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본기를 착실히, 탄탄히 쌓아가는 한편 그룹 내 외풍에도 시달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멤버들도 황보현우 상무님이나, 강훈모 이사님 등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분들을 중심으로 정예 멤버로 구성됐습니다.
모기업 낙하산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https://www.hanafn.com:8002/network/hanaNetwork/buHanaventures.do
그럼에도 은행·증권·보험 등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과 다양한 금융 기법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있습니다.
이에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님을 만나 뵙고, 투자 방향과 그의 인사이트를 엿봤습니다.
김 대표님은 연세대 공대 출신으로 대학 시절 창업 경력이 있으며, 골드만삭스-신한금융투자-소프트뱅크벤처스를 두루 거친 금융통입니다.
현재 VC 업계에 IB 뱅커, 증권사 트레이더, VC 심사역을 모두 거친 분은 김 대표님 뿐일 겁니다.
여러 경력을 두루 거친 때문인지, 사회·경제·문화·경영·기술·국제관계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계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은 김 대표님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투자사의 재무 상태를 많이 따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A. 투자사 중 리디북스 같은 회사는 구조적으로 적자가 나도 된다. 얼리 스테이지는 회계를 잘 안 보지만, 매출이 많이 나는 회사는 돈을 써서 만든 매출인지 진성인지를 따진다. 패스트파이브에 투자할 때도 그랬다. 마케팅으로 올린 매출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효율성 있게 써야 한다. 자칫 대마불사를 낳을 수 있다.특히 다음 펀딩 위해 관리한 것은 아닌지 특정 지표는 면밀히 보려고 한다. 재무뿐만 아니라 관련된 숫자를 많이 따진다. 회사의 마일스톤을 보며, 어떤 지표가 늘었을 때 이 회사의 미래가 좋아지는가를 따진다. 무료 전략으로 MAU 등을 끌어올린 경우 향후 잔존 고객들이 똑똑하게 비용을 지출하느냐가 관건이다. 투자만을 위해 마케팅 늘리는 것을 면밀하게 살핀다.
Q. 리디북스를 비롯해 현재 투자 중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꽤 크지 않나.
A. 적자 기업도 많지만 거품이 없고 건실한 회사들이다. 시리즈C 단계 회사는 진성 매출, 진성 고객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이 회사의 미래를 보는 것이다. 단순 엑시트가 아니라 현재 흑자 전환할 수 있지만, 더 가기 위해 돈을 더 쓰는 회사인가를 본다. 리디는 그런 입장의 회사다.
Q. 콘텐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나.
A. 리디북스의 경우 단지 전자책 회사로 보지 않는다. 소설, 책 판매, 웹툰, 웹 소설 등 사업은 장기적 서비스며 향후 구독 서비스로 갈 것이다. 요즘 종이 신문 구독이 줄지 않았나. 10년 전만 해도 계단식 아파트를 꼭대기에서 내려오다 보면 집 중에 절반이, 20년 전에는 모두 집 앞에서 신문이 쌓여있었다. 지금은 거의 없고 한두 가구만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 가구가 1만5000원씩 냈다. 70~80% 가구가 봤다. 조간 신문을 두 종류를 읽고, 회사 출근하며 두 종류, 사무실 인터넷으로 속보를 접했다. 모든 집이 1만5000원씩 지불할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소득도 올랐으니 더 크게 봐야 한다. 이 시장을 잡을 수 있는 회사라면 3조~4조원 밸류에이션의 기업이 될 것이다.
Q. 종이 신문의 컨텐츠 가치가 떨어졌나.
A. 예컨대 주식시장 정보의 경우 한동안은 증권방송, ARS 상담의 영역이었다. 경제신문들이 뛰어들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종합일간지와 전문지 간에 경계가 사라졌다. 요즘 인터넷 방송을 통해 특정 분야의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 대학교수들 불러서 1~2시간 강의하는 컨텐츠가 많다. 경제에 관심 있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는 돼야 의미를 전달할 수 있고, 매출로 전환할 수 있다. 미디어를 잘 만들면 유료로 볼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 달에 1만~2만원 충분히 쓴다. 경제 컨텐츠는 2배는 된다. 웰니스 페이가 많아질 거라 본다.기존 미디어들은 레거시를 버려야 한다. 미국과 영국 매체의 글을 보면 수준이 매우 높다. 한국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Q. 현재까지 투자금액은 얼마인가.
A. 2019년 말 기준 786억원이다. 2021년까지 1조원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이 적게 나오면서 모태펀드의 규모가 작아졌다. 미세먼지 절감이나 도시재생 같은 분야가 주로 나왔다. 사업에 제약이 적고, 수익률이 좋은 기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분야가 특화됐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했다.
Q. 투자할만한 회사가 많이 나오나.
A. VC가 모두 다 고민하는 문제다. 좋은 창업이 계속 나올 것인가 고민인데, 걱정보다 좋은 회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좋은 회사를 계속 찾고 있다. 창업의 질을 많이 따진다. 좋은 기업이 증가하는 것보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늘어서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시장 참여자들 모두 다 그리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적 현상도 있는 것 같다. 쏠림이 심하다.미국이 벤처투자가 가장 많고 성공도 많으며 환경도 좋다. 그런데 미국의 일반 사람들이 유니콘 벤처투자에 관심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은 GDP 대비 벤처투자의 규모가 작은데 길거리 사람들 붙잡고 유니콘이 뭔지 물으면 다 안다. 사람들 인지도가 높다. 이런 문화일수록 쏠림이 심하다. 부동산도 그렇다. 한국처럼 전국민이 어느 동네 어느 집이 얼만지 아는 국민이 없다. 투자 등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쏠림이 심하다. 아파트 청약하면 4조~10조원이 몰린다. 벤처투자는 아직까지 리스크 크다는 인식이 강하고, 범 투자자들에게 엑시트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벤처투자자금은 개인들로부터 모으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본다.
Q. 한국은 VC가 글로벌 시장에서 뛰기 규모가 작지 않나.
A. 글로벌 VC가 존재하는가라는 생각은 든다. 글로벌 IB, 글로벌 뱅크란 표현은 많이 쓰지만. 손정의는 100조원짜리 펀드를 굴리니 가능하다. 세계적 사업은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교통정리가 가능하다. 한국의 벤처투자 자금을 다 모아도 글로벌 교통정리를 하기엔 사이즈가 부족하다. 한국 회사가 하기는 어렵다. 길게 봐서는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리드의 노력을 해야 한다. 사례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자금이 따라오게 되는 거다. 글로벌 VC는 엄밀히 말하면 없다.
Q. 위워크 사태 터지면서 스타트업 버블론이 나온다.
A. 버블이 분명히 있다. 버블 속에서 비교적 거품이 적게 끼고 크게 성장할 회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닷컴버블과는 좀 차이가 있다. 시장의 변곡점은 미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 미국에서 인터넷 신경제가 나오면서 선두권에 나와 상장한 회사들의 적자가 지속됐다. 최근 미국 선두 기업들을 보면 적자 상태서 상장해도 빠른 시일, 2~3년내에 흑자 전환하고, 흑자 상승폭이 빠른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이 그랬다. 검색이라는 것을 보면 옛날 야후와 지금 구글을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차이가 크다. 고성장 기업들이 재무적 결과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 과거와 같은 거품 하락은 크지 않다.한국의 경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해외자금이 투자하는 사례는 있었다. 지금은 양도 많고 투자 후 성공 사례가 생겨서 어찌 보면 아직은 해외 대다수 주류들은 아니지만, 관심 갖는 투자자가 많이 생겼다. 외국 돈이 들어오면 유동성 측면에서 거품이 꺼지지는 않는다. 선두권 기업들이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이 생기고 있다. 가파르게 이익이 증가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거품이 있지만 거품 붕괴의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놔도 되지 않을까 한다. 닷컴 버블보다는 위험성이 낮다. 탄탄해진 측면이 있다. 내실 측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다. 같은 유형의 형태에도 내실이 있는 쪽과 부실한 쪽의 양극화가 있다.
Q.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는.
A. 회사 측면에서는 구독경제,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다. 공유경제는 기존 레거시 깨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공유경제 상당수가 기존 레거시 산업과 충돌이 많이 발생하는데, 레거시를 깨는 데 성공하면 공유경제가 잘 될 것이다.충돌이 있으면 램프업이 느리지 않을 것이다. 설로인처럼 하이퀄리티를 지향하는 기업을 찾는다. 한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됐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사다리 끊어졌다고들 얘기하지만 평균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서비스도 증가할 것이다. 제품도 고급제품이 인기 끌 것이다. 이런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하이퀄리티 서비스 제품 수요는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명품이 나올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서비스와 공산품 분야에서 하이퀄리티 추구하고 그걸 산실을 맺을 것이다. 소득이 높지 않은 젊은 계층도 특정 아이템에 집중해 고가품을 구매할 것이며, 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이런 트렌드는 일본에도 있었다. 1인당 소득이 늘어나고, 그렇게 풍요롭지 않아도 어느 순간에는 고퀄리티 추구하게 된다.
Q. 사회적가치·사회적소비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조금 더 늦게 올 것이다. 공정커피 같은 시장이 갑자기 커질 것 같지는 않다. 가성비 문화가 더 앞단에 있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인생의 어떤 시점에 좋은 것을 써야하지 않나는 생각들을 할 것이다. 그걸 추구하는 심리를 냉정하게 보면 가성비는 아니지만, 광의의 가성비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가격 대비 만족도다. 질과 가격을 봤을 때, 개인적 만족감 가성비는 다를 수 있다. 공정무역 같은 사회적가치 소비보다 오버라이드 한다고 본다.고기를 먹는데 동물권 측면에서 보면 좋은 환경에서 키워진 고기를 먹겠다는 수요가 있다면 좋은 전망은 있을 것 같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그 단계에 투자하기는 좀 부담 된다. 하이퀄리티를 추구하는 소비가 늘어날 거란 생각에 제품 서비스에 투자 늘리자는 상황이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좋은 콘텐츠라면 돈을 주고 볼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Q. 금융그룹 산하라 핀테크 기업에 많이 투자할 것 같다.
A. 해외 기업 볼 때는 그룹의 해외 사업이랑 해서 돈이 될 거라는 걸 고민은 하는데, 그걸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Q. 투자한 회사 중 가장 매력적인 곳은.
A. 투자하진 않았지만, 한 영어교육 회사가 생각난다. 스타일로 얘기하고 싶다. 정석적 회사가 좋다. 마이너 한 피봇팅을 했는데, 전달 방법이나 고객 계층 피봇팅이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갖고 사업하는 것에 정석을 하고 있다. 분야를 볼 때 영어 교육 콘텐츠를 보면 시장의 파이는 한정적이지만, 이 회사는 분야를 바꿔서 다른 사업을 해도 잘 할 것 같다.
Q. 정석적인 회사란 무슨 의미인가.
A. 의사 결정을 할 때 뭘 보고 결정하는지, 신규 사업을 할 때 과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보면 안다. 이런 창업자들은 처음 시작은 고민의 시간이 긴데, 선택을 하고 사업을 돌리기 시작하면 속도가 가장 빠를 수 있다.사업의 성공 가능성 높이면서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런 창업자는 뭘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걱정이 안 된다. 리디북스 같은 회사는 조 단위 회사로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나.
A. 역사가 짧아서 창업 단계별로 도와주는 것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했을 때 사업뿐만 아니라 경영진을 믿고 투자한다.후속 투자를 따라가면서 한다. 많은 신생 VC가 다음 라운드에 빨리 구주를 매각해 트랙레코드 만들기에 나선다. 정책 자금을 받기 위해서다. 우리는 금융그룹 계열사인데 장기적 파트너십를 처음부터 세팅하자고 생각했다. 시리즈A에 투자했다고 하면 시리즈B~C에 들어갈 자금을 미리 축적해 둔다.어느 사업이든 그걸 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 본다. 사업을 운영하다가 보면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는 직접 경영하는 건 아니지만 유사 사례를 많이 본다. 그 사례를 봤을 때 회사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같은 사안인데, 내부에서 봤을 때, 거기에서 최적의 조언을 줄 수 있는 사후 관리자가 되는 게 목표다. 제대로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Q. 투자 철학과 원칙,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금융그룹 자회사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특장점에 의해서 바뀐다기보다는 가장 좋은 VC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맞춰서 회사를 만들고 발전시키고 있다. 그간 스타트업이 한국 VC를 만날 때 아쉬운 점을 열거하는데, 우리는 가급적 시간이 걸리더라도 클래식에 맞는 VC가 되자고 한다. 다들 홈페이지에 좋은 말을 많이 쓰는데 실천하지 않는다. 업계에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한데, VC들도 뭐가 좋은 VC며, VC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실천과 실행을 못할 뿐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투자를 하는 곳이지 트레이딩을 하는 VC는 아니다. 투자는 앞으로 잘 될 분야에 대해 제일 잘할 회사와 창업자를 찾는다. 어디가 잘 된다고 쫓아가는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 VC는 금융적 측면으로는 몇 년 이상의 긴 호흡을 갖고 가는 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 투자와 다른 점은 주식은 업황이 좋은 주가가 오르는데, 업황이 좋아져도 사업 한지 얼마 안 된 회사는 계속 적자 나고 기술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투자와 트레이딩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투자하고 싶지 트레이드를 하고 싶지 않다. 어떤 게 투자냐, 특정 업종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다.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을 구체화 한 것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 때는 우리가 찾아낸 회사 중에서는 타깃 시장에서 제일 잘 할 것 같은 회사를 고른다.
Q. CEO로서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하나벤처스는 개인 회사가 아니라서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상적 VC를 지향한다. 개인 회사보다는 리소스를 갖출 만한 환경이 돼 있다. 시작은 기술 분야 투자라고 마음먹었으면, 특정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는 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어찌 보면 VC란 사업 자체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기초를 다지는 단계다. 기초 위에서 전문분야를 세우는 단계다. 아직 창업한 지 1년 밖에 안 돼서 전문 투자 영역으로 사일로를 채워야 한다. 진출 시기나 늘리는 시기는 따라가는 게 아니라 뭐부터 갖추는 게 맞겠느냐는 정석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Q. 현재 멤버는 어떻게 구성했나.
A. 절반은 같이 일을 해봤거나 간접적으로 같이 해본 분들로 모셨다. 또는 공동 투자의 경우 프로젝트를 함께 한 분으로 선택했다. 직간접적으로 일한 분이 절반이다. 나머지는 직원들 소개를 받아서 선발했다.
Q. 잘하는 사람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모이는 것 아닌가.
A. 감사하다.(웃음)
Q. 투자와 융자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 신용평가 모델이 기존 은행이나 캐피탈회사와 다르지 않나.
A. 창업자들은 지분 희석이 많이 발생하는 지분 투자를 꺼려 한다. 여타 은행계 VC들은 딱히 지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케펙스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이 많은데, 자본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공장 등을 지을 때 70%를 융자로 받고 나머지 자금은 투자로 집행한다. 계열사의 대출 구조를 이용한다. 설비가 있다면 캐피탈이 제일 나을 것이다. 각자 상황에 맞춰서 캐피탈이든 은행이든 상황에 맞게 자금을 끌어모은다. 정량적 평가 기준은 바꾸면 안 되며, 똑같은 여신 심사 구간을 거친다. 정성적 평가 기준은 맞춤형 컨설팅을 한다. 그룹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되니 수월하게 할 수 있다. 20억원 이내 규모에서 경험이 있다.
Q. 모기업으로부터 간섭은 없나.
A. 간섭이 없다. 대형 금융지주사 VC 중에 기존 그룹 출신이 한 명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대기업 계열 중에 이런 사례 자체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모기업에서 사람을 많이 내려보내거나, 인사권을 행사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대형 VC는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가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전문성을 갖고 초얼리 스테이지지와 레이트 스테이지 나눠서 투자하고 있다.많은 VC가 선수단 구성을 유격수와 2루수를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을 충원하면서 체계를 잡아간다. 외부 인력을 늘려가며 바뀐다. 아무래도 정부 출자가 많은 쪽에 몰린다. 글로벌 주요 VC들도 북미와 아시아, 중국, 유럽 지역에 동시다발로 진출하면 실패한다. 주요 거점별로 늘려갈 것이다. 올해 동남아로 확장한다. 미국은 전문 인력과 현지에 규모가 있는 곳이랑 팀웍을 짜서 가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잘하는 회사와 공동으로 펀드를 만들어서 넣는다. 그런 방식이 아니면 사후 관리가 안 된다.
Q. 해외 기업에도 투자하나.
A.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몇 개는 있다. 해외로 나가서 해외 유명 펀드와 공동 운영할 생각이다.
Q. 미중 관계 악화로 투자 환경이 변했다. 한국 기업을 디딤돌 삼아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 자본도 있다.
A. 미중 관계의 틈새를 찾는 게 좋은 방법일 수는 있는데, 유니콘 기업이 될 수는 없다.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 결국에는 크게 얻어맞을 것이다. 스몰 스케일이 되면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 진짜가 아니면 안 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원산지 규정을 따져야 하는데, 품목·핵심·기술·원가·자재 비중 등을 따지는데, 적정 사이즈까지는 말이 되는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보틀넥이 있을 것이다. 공산품 원산지 규정이 엄격하다. 결국은 진짜 실력이 아니면 하나의 작은 장애물은 개인기 수단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파이널 골로 가려면 진짜가 아니면 안 된다.
Q. 틱톡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결국 안보 문제다. 중국의 경제력이 강해지며, 궁극적으로 경제·안보·군사 등 문제에 있어 데이터 영상정보 등을 미국이 규제하려고 한다. 중국 내수에 길이 있다고 보는데,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만만찮을 것이다.과연 미중 분쟁이 미국 증시에 얼마큼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는데, 일시적 변동성과 등락은 있지만, 크게는 상관없을 거라 본다. 지금 미국 시총 상위 기업의 8~9개는 중국 매출이 너무 적다. 다 막아 놨다. 아마존·페이스북·구글 시총 상위 기업이 중국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에 악영향 작다. 애플도 생산기지도 빼고 있다. 단기적으로 영향 있겠지만 애플도 중국 말고 딴 지역에서 생산하려고 한다. 애플 팬들이 기본 수요를 깔아주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
Q. 중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A. 시기의 문제다. 성장통을 겪지 않은 나라는 없다. 중국 경제 위기 오면 부채의 수출 여부를 떠나 GDP가 미국의 80%까지 왔으니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부자인데 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하고 싶지 않아 한다. 부자로서 대접과 권리를 떠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Q. 증권사와 IB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다. 각 분야는 기업의 어떤 점을 놓치고 있고, 장점을 융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
A. 증권사들이 놓치는 것은 너무 짧은 기간을 본다는 점이며, 남들이 뭐하지를 너무 많이 따진다. 시중 유동성이 늘면서 쏠림이 더욱 심해졌다. 2년 이상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1년도 힘들다. 증권사들이 커지며 북을 많이 운용하는데, 인프라 투자가 아닌 이상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다.조직 성향이나 문화도 길게 보는 투자보다는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로 문화가 형성됐다. 시중 자금이 어디에 쏠리느냐 유동성에 대한 얘기다. 벤처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비해 벤처투자는 혹시나에 대한 기대가 역선택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난다.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컨센서스가 있는데, 중론 같은 게 있어서 혹시나 하는 게 떨어지는 경우 있지만, 작은 스케일의 대세가 작용한다.요즘 다 AI 투자를 찾는다. 증권업 같은 문화가 기본적으로 VC에도 있다. 옐로모바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0개 넘는 기업이 짧은 시간에 합병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혹하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식으로 간다. 되레 증권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기 쉽지 않다.
Q. 스스로의 장점은 뭐라 생각하나.
A. 투자란 어렵다. 뭐가 맞다 틀리다는 판단이 쉽지 않다. 증권 경험과 VC 경험 모두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버리려고 노력한다. 많은 VC 심사역이 포트폴리오사더러 어떻게 융합하면 뭐가 되겠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민을 많이 하고 접근해야 한다. 안일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VC가 증권과 가장 다른 점은 투자는 많은 가정을 세운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어떤 환경이라면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투자한다. 어디가 좋다고 묻지 마 식으로 몰리면 투기가 된다. 투자는 어떤 가정을 세우고 그 가정을 이 회사가 충족할 수 있다면 투자해야 한다. 여의도는 가정의 실현을 재무적 방법론을 이용해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VC는 가정이 실현되는 조건이 얕게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방법론 측면에서 꼼꼼하고 치열한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
Q. 창업 경험이 있나.
A. 대학 졸업 전에 2년 반 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추구하다가 결국은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 회사가 됐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어서 했던 게 아녀서, 친구랑 고민하다가 하차했다. 공대 출신으로 금융은 잘 몰랐다. 그런데 투자유치 활동 자금관리를 했다. 그래서 증권사 IB 팀에 들어갔다. 많이들 가고 싶어 하던 업종이다.
Q. 어떤 창업자를 선호하나.
A. 시기마다 조금씩 변할 텐데, 기본적으로는 창업가에 대한 사업 능력과 그에 몰두하는 집중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이어간다. 기본적 마일스톤을 지키지만, 못 지킨다면 그 이유와 시장 환경 등 이해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선 후속 투자를 지원해 주자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권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회사 가치를 향상시키는 사후관리를 하자는 생각이다.어드바이스와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좋은 지역에 보내주고 있다. 굳이 투자 안 받아도 대출 연결해도 된다고 하면 연결해 준다. 창업자는 회사 내에서 논의할 사람이 별로 없다. 회사 내에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논의할 사람이 없다. 고민의 수준도 맞아야 한다. 있다면 행복한 대표다.
Q.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여러 의미에서 창업 계기가 다 제각각일 텐데 창업을 하는 순간부터 인생이 회사 경영이 된다. 그렇지 않은 분이 경영하는 회사는 성공하는 경우는 적다. 인생의 자기 계획과 회사의 목표가 다르거나 일부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직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분들은 개인 생활이 없다. 창업을 시작할 때 내 인생과 시간을 회사에 바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인생 계획과 사업 계획이 따로 있는 경우는 성공하기 어렵다. 여가 시간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서라는 둥의 생각 가진 분들이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사업은 만만하지 않다. 쉬더라도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쉬어야 한다. 트렌드를 잘 찾아야 한다. 트렌드 세터를 만나야지, 팔로워를 만나서는 안 된다. 유목적적으로 쉬고, 트렌드를 찾아야 한다. 한정적 시간을 유목적적으로 써야 하며, 저녁도 일에 도움 되는 사람들로 만나야 한다. 일이 곧 휴식과 취미가 돼야 한다. 특정 분야의 경우 계속 일을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 창업한 분들은 실패한 뒤 취업하더라도 다시 창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밀도 낮게 일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1년을 남의 2년처럼 경험 쌓을 수 있다. 잠은 내일을 위해서 자는 거다. 출장을 가더라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공항과 호텔, 약속만 다닌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