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국내 교육학자들 다수가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보수신문에서는 연일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수준별 수업 및 특목고가 미국 공교육 성공의 비결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자사고 및 특목고 존속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글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구글 스콜라에서 분리교육(school segregation)과 학교선택(school choice)으로 검색해봐도 수많은 관련 논문을 접할 수 있으며, 사립학교 또는 기숙학교가 흑인 및 저소득층이 밀집된 학교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한 논문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주거지역에 등록금이 비싼 명문 사립학교가 존재하고 입학사정에 아무런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이들 학교에 입학함으로써나머지 학교들은 중산층 및 저소득층으로 채워질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사립학교 시스템이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국내 한 사설의 논조처럼 “명문 보딩스쿨의 역사가 유구하지만 이 때문에 공교육이 망가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주장은 미국 교육시스템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아도 결코 도출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우 부유한 지역이 자체적으로 학군(school district)을 구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 밀집지역 및 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요컨대, 자체 학군를 구축하여 자신들의 세금이 저소득층 및 마이너리티 학교에 분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 또한 마찬가지다. 수준별 수업의 결과는 지도교수의 말에 따르면 “dirty”한, 일정한 합의와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분야이다. 긍정적인 효과도 존재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크게 혼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일정수준 긍정적인 효과를 갖지만,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좀 더 큰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이 또한 학교 및 지역 환경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수준별 수업과 관련하여 정책적 방향을 제시할 때, 이곳 학자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성공비결은 수준별 학습에있었다”는 식의 단정적 결론은 쉽게 내려질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불평등을 '효율적'으로 통제, 유지하면서 수월성을 달성 하느냐에 가깝지, 교육기회의 보장 및 불평등의 완화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존재하는 다수의 실증연구들이 미국의 경우 지난 50년 동안 가정배경에 따른 소득 및 학업성취 격차가 오히려 증가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 수월성도 고등교육의 경우 우수한 해외 인재를 막대한 펀딩과 자금으로 유치해서 자국 교육시스템의 명성과 우월성을 확대, 재생산 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요컨대, 지금 한국 교육개혁이 교육기회의 평등 및 교육불평등 해소에 중점을 두고있다면, 미국식 교육 시스템은 합당한 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