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0일
3월 10일은
봄이 사람들 눈에 먼저 보이기보다,
숲의 그늘 속에서
먼저 자리를 정돈하는 날입니다.
밝은 곳만이 봄의 무대는 아니지요.
그늘에도 봄은 오고,
그늘에서 피는 꽃은
빛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낙엽 아래에서 조용히 올라오는 보랏빛 숨—
현호색의 날입니다.
현호색은
요란하게 피지 않습니다.
낙엽과 흙 사이를 비집고
조심스럽게 올라와
작은 꽃들을 줄지어 달지요.
그 모습은 마치
숲이 숨겨둔 비밀을
살짝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모든 마음을 한 번에 펼치지 않고,
신뢰가 쌓일 때마다
조금씩 더 진짜를 꺼내는 사람.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안쪽에서는
섬세하게 세상을 읽는 사람.
당신의 깊이는
말이 많아서 생기는 깊이가 아니라,
조용히 지켜낸 시간에서 오는 깊이입니다.
오늘은
그 숲 같은 마음이 태어난 날입니다.
현호색(Corydalis remota)은
이른 봄 숲바닥에서 자라는 식물로,
작고 길쭉한 꽃들이
여러 개 모여 피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꽃빛은 보라·연보라·푸른기 도는 보라 등
숲의 그늘과 잘 섞이면서도
가까이에서 보면 놀랄 만큼 또렷하지요.
잎은 잘게 갈라져 부드럽고,
꽃은 뒤쪽에 꿀주머니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어
작은 생명들이
봄의 첫 단맛을 찾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마음, 고요한 위로, 숨은 기쁨.
현호색은 말합니다.
“나는 밝은 곳에서 증명하지 않는다.
그늘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낙엽을 들추면
봄이 있다
사람들이 지나치며 못 본 자리
그늘이 고요하게 품고 있던 자리
작은 보랏빛들이
줄지어 숨을 쉰다
나는 오늘
내 마음의 그늘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그늘이 있었기에
빛이 더 맑아지는 날이 있으니까
들숨에 고요를, 멈춤에 비밀의 힘을, 날숨에 그늘의 보랏빛을.
3월 10일은
밝아지기만을 기다리는 날이 아니라,
그늘 속에서도
이미 시작된 봄을 알아보는 날입니다.
현호색처럼,
오늘은
당신 안의 조용한 깊이가
봄의 한 부분임을 믿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