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1일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침은 늘
말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빛이 먼저 스며들고,
공기가 먼저 부드러워지고,
그 다음에야
우리는 하루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생각보다 먼저
고요에 머물러 봅니다.
어제의 소음이 아직 남아 있어도,
마음이 완전히 맑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삶은 언제나
완전히 정리된 뒤에 시작되지 않고,
흐르는 중간에서
조용히 다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기보다
다시 고요로 돌아오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만납니다.
1889년 3월 31일 — 파리 에펠탑 완공
그 거대한 구조물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철 조각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
마침내 하나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탑은
도시의 상징이 되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됩니다.
지금은 낯설고 어색해 보여도
쌓여가는 과정은 결국
하나의 의미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의 하루도 그렇습니다.
아침에 물을 끓이다가
잠시 불을 줄였습니다.
끓던 물이
조금씩 잔잔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켜봤습니다.
그러자 물은 스스로
고요해졌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삶은 언제나
더 강하게 밀어붙일 때보다
조금 덜어낼 때
더 맑아진다는 것을.
오늘의 기적은
어쩌면
그 ‘덜어냄’ 속에 있습니다.
오늘,
고요로 돌아오는 마음을 주소서.
들이마십니다.
어제의 소음과 분주함을.
잠시 머뭅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자리에서.
내쉽니다.
나를 바쁘게 만들던 생각들을.
가라앉게 하소서.
과도한 욕심을.
맑아지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고요를.
오늘 내가 마주할 일들 속에서
더 많이 하려 하기보다
더 깊이 느끼게 하시고,
더 빨리 가려 하기보다
더 천천히 머물게 하소서.
나는 오늘
대단한 변화를 만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삶은 언제나
고요로 돌아오는 순간에
다시 방향을 찾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많이 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맑아졌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고요한 흐름 속에 머무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