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일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조용히 다시 서 봅니다.
어제까지의 시간들이
완전히 끝난 것 같지 않아도,
오늘은 또
새로운 자리를 내어줍니다.
삶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나 위에
오늘의 내가 얹히고,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어져 갑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
이미 흐르고 있는 이 길 위에
다시 나를 올려놓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1976년 4월 1일 — 애플(Apple) 창립
두 사람이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고,
세상을 바꿀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시작은
시간을 만나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됩니다.
위대한 변화는
처음부터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시작이
계속 이어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오늘의 하루도 그렇습니다.
아침에 커튼을 열었을 때
빛이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눈부시지 않았고,
조용히 방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그 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두었습니다.
붙잡지 않았고,
더 크게 만들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졌습니다.
삶은 때로
무언가를 더하려 할 때보다
그대로 두는 순간에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흐름 위에 머무는 마음을 주소서.
들이마십니다.
어제의 흔적을.
잠시 머뭅니다.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자리에서.
내쉽니다.
나를 서두르게 하던 생각들을.
가라앉게 하소서.
더 하려는 마음을.
맑아지게 하소서.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평온을.
오늘 내가 마주할 모든 순간 속에서
더 이루려 하기보다
더 느끼게 하시고,
더 나아가려 하기보다
지금의 자리를 깊이 살아가게 하소서.
나는 오늘
대단한 시작을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삶은 언제나
이미 흐르고 있는 길 위에서
조용히 나를 데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지만
다시 나를 놓아두었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 속에 머무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