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모 소년: 전교 꼴찌의 반란

"숨만 쉬었을 뿐인데, 성적이 불타올랐다”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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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랩배틀: 실패 선언

수학 문제집을 펼치는 순간,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이건 공포 영화의 오프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제목은 ‘근의 공식’,감독은 ‘한 문제에 30분’.

“좋아, 랩으로 풀자. 근의 공식도 박자만 맞추면… 어쩌면… maybe…”

그는 종이에 박자를 쪼갰다.

“엑스는 마이너스 비 플마 루트~ 디스콰이어드 마이너스 포 에이 씨~오버 투 에이~ Yo yo~ 외워라 baby~”

“......”(침묵. 정적. 묘한 쓸쓸함.)

밖에선 참새가 울었고, 내부에선 ‘자괴감’이 울었다.

“…얘네는… 랩을 안 춰요.”지훈은 결국 연필을 놓았다.

“수학이 춤을 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얘들은… 군인이다. 똑같이 걷고, 똑같이 멈추고, 똑같이 답해야 한다.”

그 순간 도사님 말이 떠올랐다.“수학은 리듬이 아니라, 공간이다.”

지훈은 문제집을 바라봤다. 기호들의 행진. 숫자들의 절도. 마치 수학은 음악이 아니라—건축물이었다.

"얘들은 박자가 아니라 도면이네. 춤이 아니라… 구조다."

그는 공식 대신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곡선이 움직이는 방향, 방정식이 통과하는 축, 기울기라는 이름의 경사로.

아직은 안 된다. 하지만, 어떻게 안 되는지를 안다. 그게 오늘의 수확이었다.‘공식이 입에 붙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공식은 말이 아니라 도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실패 같지만, 아니었다. 이건... 경로 변경이었다.

"수학이요?지금은 잠시 다른 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말이 생각보다 위로가 됐다. 실패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걸 실패가 아니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예술 노트 탄생

연필을 잡은 지훈의 손 끝에 색연필이 따라왔다. 사실은 계획 없었다.그저… 단어가 너무 밋밋해 보여서파란색 한 줄 긋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자, 은유는 파란색.직유는 노란색.반어는 보라색… 보라색은 좀 짜증나니까.”

형광펜 하나, 손그림 하나,페이지가 점점 공부 노트에서마인드 맵 + 회화 + 웹툰 + 자화상이 섞인 _이상한 무언가_로 변해갔다.

‘자유민주주의’는 별 다섯 개 달린 헤드셋을 쓰고 있었고,‘시장경제’는 물건이 아니라 표정 가격을 붙여 팔고 있었다.‘소비자 주권’은 무지개 드레스를 입고 쇼핑몰을 헤매고 있었고,‘자유방임’은 바닥에 누워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수학 문제를 풀다 말고,여백에 곡선을 그렸다.기울기를 설명하다 선을 굽혔고,방정식을 이미지로 바꾸다노트 한 페이지가 디자인 포스터처럼 변했다.

그 순간 지훈은 느꼈다.“공부는 지금, 나한테 설명받고 있다.”“외운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거다.

노트는 점점 예뻐졌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훈 같아졌다.쓸모와 꾸밈, 감정과 패턴, 기억과 선,모두 한 페이지 안에 동시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어느 순간—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지훈은 노트를 덮으며 속으로 중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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