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그리고 교실의 기적. 12장
단어를 잊히지 않게 만드는 연결의 기술**
이 장은 “이미지 1개 → 기억 1개” 형태의 단순 로키법을 넘어
기억 간의 연결, 연상 연쇄, 이야기 구조를 활용해
더 긴 목록, 복잡한 개념, 단락형 정보까지
흐름 있게 기억하도록 만드는 장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잊는 순간은
그 정보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정보를 걸어둘 곳이 없어서입니다.
벽은 넓고 매끈한데,
걸어둘 못이 없다면
어떤 그림도 오래 머물 수 없듯이—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페그 시스템(Peg System)은 바로 그 못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기억을 위해
벽에 하나의 기준점을 박아두고,
그 위에 정보를 걸어두는 방식이죠.
페그(peg)는 기준 이미지입니다.
즉, 잊히지 않는 상징이자
다른 정보를 붙잡아두는 닻(anchor)입니다.
예를 들어 숫자 1은 연필,
2는 백조,
3은 산,
4는 의자라고 정한다면—
이 상징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 기억의 폐부가 됩니다.
단어가 아니라 이미지라서 오래 남고,
반복할수록 인출 속도가 빨라집니다.
페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은 허공에 붙잡히지 않는다.
붙잡을 손잡이가 있을 때 비로소 남는다.”
가장 널리 쓰이는 페그가 ‘숫자-형태법’입니다.
숫자의 모양을 이미지와 연결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면:
1 → 연필 (막대기처럼 길다)
2 → 백조 (2의 곡선 = 백조의 목)
3 → 산 (세 봉우리)
4 → 의자 (등받이 모양)
5 → 갈고리
6 → 체리
7 → 낫
8 → 눈사람
9 → 풍선
10 → 막대기+공(배트와 공)
이 숫자형 페그는
단번에 기억에 박히는 ‘도장’과 같습니다.
어떤 숫자를 만나도,
그 숫자는 곧 이미지가 되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외워야 하는 단어가 7번째라면
그 단어는 ‘낫’과 만나게 됩니다.
7(낫) + “사과(apple)”
→ 낫으로 사과를 쪼개니 과즙이 폭죽처럼 튄다.
이 한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아, 일곱 번째는 사과였지.”
기억은 순식간에 돌아옵니다.
페그는 순서를 잃지 않게 하고,
이미지는 내용을 잊지 않게 합니다.
두 요소가 결합하면
기억은 방향과 의미를 모두 얻습니다.
외울 목록:
고양이·바다·기타·나무·별·책·꽃·유리·구름·바람
이 목록을 페그에 걸면:
연필 + 고양이
→ 연필 끝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와 야옹하며 춤춘다.
백조 + 바다
→ 백조가 날개를 펼치자 방 안에 파도가 밀려온다.
산 + 기타
→ 산 위에서 기타 연주 소리가 울린다.
의자 + 나무
→ 의자에 앉자마자 등받이에서 나무가 자라난다.
… 이런 방식으로 10까지 연결.
이 구조는
한 번만 떠올려도 흐름처럼 이어지고,
며칠 뒤에도 놀랍도록 복원됩니다.
페그 시스템은 아래 과목에 강력합니다:
수학: 공식 순서, 문제 풀이 절차
과학: 과정형 개념(호흡 단계, 광합성 단계 등)
언어: 문법 규칙 목록
사회/역사: 조약·전쟁·제도 순서
영어: 10개 단어, 20개 단어 나열
학생들은 암기를 싫어하지만,
이미지 게임은 좋아합니다.
그래서 페그 시스템은
공부를 놀이형 구조로 바꿔주며,
기억 유지율은 3~5배 상승합니다.
핵심 문장
“페그는 기억의 못이다—단어는 그 못에 걸릴 때 오래 남는다.”
기억은 홀로 있을 때 쉽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서로 손을 잡는 순간,
기억은 줄기처럼 서로를 지탱합니다.
연상 연쇄(association chain)는
정보들을 하나의 ‘사슬’로 이어
흐름을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하나를 기억하면 그 다음이 따라오고,
그 다음은 다시 또 다른 것을 끌어당깁니다.
마치 도미노가 천천히 넘어지며 길을 그리는 것처럼.
해마는 정보를 고립된 조각으로 저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마가 즐기는 것은 연결, 전이, 조합입니다.
연상이 깊어질수록
해마는 시냅스를 강화시키고(LTP),
연결 고리를 하나의 ‘경험’처럼 처리합니다.
그래서 단어 1개를 외울 때보다
단어 20개를 연상으로 엮을 때
기억률이 오히려 더 높아집니다.
연상은 기억에게 말합니다.
“혼자 남지 마라.
서로 기대어, 길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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