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기의 바다를 건너는 등대: 한국편

사례·심리·대응·회복, 우리에게 필요한 한 권.22장

by 토사님

Part III. 분야별 대도감(한국 특화)

ChatGPT Image 2025년 12월 4일 오후 10_16_11.png

22장. 여행/항공/티켓: 중개 플랫폼 위장·취소수수료 편취


22-A. 구조와 심리: ‘최저가’ 환상이 만든 유령 플랫폼의 생태

한국의 여행 시장은 바다와 같다.
맑아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수많은 조류가 서로의 흐름을 잠식하며 얽혀 있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그 혼탁한 틈새를 아주 정확히 파고든다.
그들이 겨냥하는 것은 우리의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1) 유령 플랫폼의 탄생 — 정교한 모방에서 시작되는 사기

사기 플랫폼은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정식 기업인 것처럼 태어난다.
로고는 유명 OTA 색감과 비슷하고, 글씨는 지난 시즌 호텔 프로모션 문구를 베껴온다.
검색창에는 실제 항공편이 뜨고, 예약 화면은 익숙한 디자인을 그대로 복제한다.

겉모습은 완벽하지만, 손을 대는 순간 느낌표가 사라진다.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 흐름이 묘하게 끊기거나,

카드 결제 대신 “계좌이체 시 추가 할인”이 등장하거나,

발권 번호가 “잠시만요… 확인 중입니다”라는 채팅 메시지로 대체된다.

유령 플랫폼은 ‘예약’이라는 약속의 형태만 흉내 낼 뿐,
어떤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 한 가지 목표만 가진다.

당신이 최저가의 마지막 문턱에서 망설이지 않기를.


2) 취소수수료 편취 — 존재하지 않는 규정을 만들어내는 자들

사기의 두 번째 막은 ‘취소’에서 열린다.
항공권 시장은 규정이 복잡하고, 수수료가 차등적으로 붙는다.
그 복잡함이 바로 사기꾼의 무대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고객님, 발권 대기 중이라 취소하려면 70% 수수료가 나옵니다.”

“국제 처리 비용이 있어 취소하려면 즉시 30만 원 결제하셔야 합니다.”

“예약은 취소됐지만, 환불금은 2주 뒤에나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런 규정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공사는 발권 전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국제 처리비 역시 ‘사기꾼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비용’일 뿐이다.


그들은 현실의 규정을 적당히 섞어
그럴듯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공포는 늘 급하게, 당장, 오늘까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온다.


3) 티켓·콘서트 사칭 — ‘한 장의 QR’로 수십 명을 속이는 방식

티켓 사기는 오래된 기만의 예술이다.
QR 코드 한 장을 여러 명에게 팔고,
그 모두가 공연장 앞에서 같은 QR을 들고 멈추는 순간이 곧 사기꾼의 퇴장이다.

직거래 그룹에서 “지인 양도”라는 미끼를 던지고,

실물처럼 보이는 캡처를 보내고,

“본인인증 비용이 있어요”라며 보증금을 요구한다.

문제는 QR 코드가 디지털이라는 사실이다.
디지털은 복제에 저항하지 않는다.
복제는 곧 사기의 산소다.


그 결과는 늘 비슷하다.
공연장 앞에서 울컥 솟구치는 억울함,
서서히 밀려오는 수치심,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침묵으로 뒤덮는 ‘이미 지나간 돈’.


4) 최저가의 함정 — 가격이 아니라 심리가 흔들릴 때

여행 사기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심리적 무방비의 틈을 노린다.


① 최저가 탐색 피로

수십 번의 검색 끝에 더 낮은 가격이 보이면
머리는 의심하지만 마음은 이렇게 속삭인다.
“이건 기회야. 혹시 이걸 놓치면 어떡하지?”

그 순간 사기꾼의 실루엣이 조용히 다가온다.


② 희소성의 마력

“잔여 2석”, “3시간 내 발권”, “오늘까지만 특가”.
이 주문들은 오래된 마법처럼 우리의 속도를 높인다.
속도가 빨라지면 눈은 흐려지고, 흐려진 시야는 종종 지갑을 연다.


③ 브랜드 착시

색깔·로고·고객센터 톤이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
괜찮겠지라는 말은 늘 사기를 부르는 문이다.


④ 절차의 무지

대부분의 여행객은 항공권 발권 구조나 취소 규정을 깊이 알지 못한다.
그 무지가 사기꾼에게는 최고의 자본이며,
당신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취약점이 된다.


등대 문구

“최저가는 유혹이고, 절차는 방패다 —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을 먼저 확인하라.”

바다를 건너는 여행에서 우리는 늘 풍경을 먼저 본다.
하지만 등대는 그 풍경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길을 지킨다.
이 장이 토사님 독자들에게 그 등대가 되길 바란다.


22-B. 탐지·검증 플레이북: 여행·항공·티켓 사기에서 살아남는 12단 체크

여행을 준비하는 손끝은 설렌다.
그러나 설렘은 때때로 가장 먼저 공격당하는 감정이다.
사기꾼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당신이 이미 상상해버린 여행의 미래를 노린다.
그러니 우리는 그 미래를 지키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검증의 절차를 가져야 한다.


아래의 12단 루틴은,
한국의 여행 사기 생태를 통과하기 위한 실전 방패다.


1단. 도메인 정체성 검사 — 주소가 진실을 말한다

웹사이트 주소를 천천히 읽는 것만으로
절반 이상의 사기는 걸러진다.

.co.kr 또는 .com 외

숫자·특수문자·뒤틀린 브랜드명

‘air-tkt-kr-sale.com’ 같은 조합

→ 100% 사기 가능성.

사기 사이트는 언제나 공식 로고 뒤에
낯선 언어를 반 쪽씩 붙여 놓는다.
주소는 얼굴보다 정직하다.


2단. 사업자 실체 확인 — 이름과 번호는 숨길 수 없다

홈페이지 하단에 적힌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 번호를
국세청·공정위 사이트에서 조회한다.

검색되지 않는다면,
그 사이트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기업의 가면이다.


3단. 고객센터 번호 역추적 — 전화번호는 타국의 그림자를 남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토사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토사님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15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1화사기의 바다를 건너는 등대: 한국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