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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Aug 14. 2021

시간의 농도가 짙어진다

코로나로 그나마 유지되었던 몇 개의 사회적 관계(요가, 교회 성가대, 성악 동호인, 고교 동창회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고 고교와 대학 친구들 중 몇몇과는 1년에 2번가량 1대 1로 만나는 정도)가 중단되고 나는 더욱더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해서 이 난국을 타개하려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좀 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짧디 짧은 영어로 CNN, BBC, DW 방송을 애써 보기도 하는데 세계 곳곳은 항상 전쟁터이고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으로 난리여서 이내 마음이 우울해진다. 운동 역시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하니 요즘은 지인을 만나 수다 떠는 일만큼 생산적인 일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손자와 손녀 돌보는 일로 일상이 채워지면서는 새로운 인간관계(1퍼센트도 나를 돌아보기 힘든 오로지 아이의 입장에서만 행동해야 하는, 화장실 조차 내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갈 수 없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감정은 접촉빈도가 늘면서 더 깊어지는데 앞에서 말한 100퍼센트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무게는 나를 자동적으로 뒷걸음치게 한다. 주말에 손자 손녀가 집에 올까 봐 집안에 불을 끄고 식사를 한다는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이 그냥 농담이 아니다. 손주는 올 때 예쁘고 갈 때는 더 예쁘다는 말도 그런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잡다한 시간 잡아먹기 활동이 줄어든 요즘 시간의 농도를 짙어지게 하는 바람직한 경험이 되게 할 것이다.  이미 나는 이 아이들의 포로가 된 것 같다. 아침이면 아이들을 본다는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 아이들을 보러 가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집에 들어서서 하미가 왔다고 외치는 순간 아이들의 반응에 격한 감동이 몰려온다. 아직 초보 할머니라 그런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내게 찾아온 이 귀한 경험을 농도 짙게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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