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지우고 스텔스 럭셔리, 현대차의 새로운 프리미엄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뚜렷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어요. 2022년 11월 7세대 그랜저 캘리그래피에 처음 등장했던 블랙 잉크 트림이 2023년 8월 5세대 산타페로 이어졌고, 올해 3월에는 아이오닉 9에까지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그 대열에 합류할 차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죠.
실제로 국내 도로에서 블랙 잉크 사양으로 추정되는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포착된 바 있어요. 크롬 대신 글로스 블랙으로 마감한 그릴, 휠, 엠블럼이 기존 캘리그래피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풍겼거든요. 현대차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그랜저에서 시작해 산타페, 아이오닉 9으로 이어진 확장 경로를 보면 팰리세이드의 블랙 잉크 출시는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블랙 잉크는 단순히 색상 옵션을 넘어선 디자인 철학에 가깝습니다. 그릴, 윈도우 몰딩, 도어 핸들, 엠블럼, 레터링까지 차체 외장의 크롬 요소를 전부 블랙으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랜저 블랙 잉크의 경우 파라메트릭 그릴을 블랙으로 바꾸고 20인치 전용 휠과 피렐리 타이어를 장착하면서 기본 캘리그래피 대비 약 13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요. 산타페는 무광 블랙 21인치 휠에 틴티드 헤드램프, 블랙 루프랙까지 더해 94만 원의 '블랙 잉크 플러스' 패키지로 구성했죠.
흥미로운 건 제네시스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G90 블랙을 시작으로 GV80 블랙, GV80 쿠페 블랙, 그리고 2025년 1월 출시된 G80 블랙까지 네 개 모델에 '블랙' 서브 트림을 전개 중이거든요. 현대차그룹 전체가 크롬에서 블랙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른바 '스텔스 럭셔리'로 불리는 이 흐름은 화려함을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고급감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팰리세이드가 블랙을 입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현재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2.5 터보 가솔린(281마력)과 2.5 터보 하이브리드(시스템 출력 334마력)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캘리그래피 7인승 AWD 기준 가솔린은 6,034만 원, 하이브리드는 6,424만 원인데, 여기에 블랙 잉크 패키지가 얹어지면 가격은 6천만 원 중후반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 가격대는 제네시스 GV80의 영역과 겹치기 시작하는 지점이죠.
현대차 입장에서 이 겹침은 의도적일 수 있다고 봐요. 블랙 잉크 팰리세이드는 제네시스급의 디자인 완성도를 현대 브랜드의 가격 체계 안에서 제공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3열 대형 SUV 시장에서 기아 EV9, 제네시스 GV80과의 내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블랙 잉크는 팰리세이드를 단순한 패밀리카가 아닌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가 될 겁니다.
현대차가 그랜저부터 아이오닉 9까지 블랙 잉크를 꾸준히 확대해온 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디자인 방향성 전환으로 읽혀요. 팰리세이드 블랙 잉크의 공식 출시 시점은 아직 미정이지만, 이미 국내 도로에서 포착된 만큼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크롬의 시대가 저물고, 현대차는 그 자리를 블랙으로 채우는 중인 거죠. 여러분은 이 블랙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