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90 1,000만원 인하…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재편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익을 포기하고 성장을 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집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최근 던진 선언은 단순한 경영 전략 변화가 아닌데요. 연간 3만대 판매라는 야심찬 목표 뒤에는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어요.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인천에서 열린 EX90 출시 행사에서 "빠른 시간 안에 한 해 3만대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17,018대로 정점을 찍은 후 2년간 15,000대 안팎에서 정체된 볼보에게는 66% 성장을 의미하는 도전적인 목표죠.
볼보의 전략 전환에는 절박함이 묻어있어요. 이 대표는 "본사로부터 성적이 좋지 않다고 혼나고 있다"며 솔직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거든요. 독일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전기차 시장에서의 승부를 선택한 겁니다.
"최소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선 각 세그먼트별로 가장 좋은 상품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표 모델이 되겠다"는 그의 발언은 볼보가 전기차를 통해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의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볼보 역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에요.
볼보의 가격 공세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는데요. 이번에 출시한 EX90은 1억 620만원으로 동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XC90 T8 대비 1,000만원을 낮췄습니다. 지난 3월에는 소형 전기 SUV EX30 가격을 700만원 가량 인하하는 과감함을 보였죠.
가격 조정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어요. EX30의 경우 2025년 1,228대 판매에 그쳤지만, 가격 인하 후 2주 만에 2,000대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아 EV3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라는 이 대표의 설명처럼,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전략이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거예요.
원화 약세라는 역풍 속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지 않는 볼보의 의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원화는 스웨덴 크로나 대비 20% 평가절하됐지만 최고의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선보인다"는 그의 발언은 단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선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요.
볼보의 3만대 목표는 EX90과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의 '쌍끌이' 전략에 달려있습니다. EX90만으로도 올해 500대에서 시작해 향후 연간 2,00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에요.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선택 기준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가 존재하는데요. 지나친 가격 인하는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보 전체 라인업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볼보의 실험은 자동차 산업 전체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규모를 추구한다면, 경쟁사들 역시 유사한 전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거예요.
더 중요한 것은 볼보가 확보하게 될 대규모 고객 데이터라고 봅니다. 3만대 규모의 고객 기반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서비스 개발과 구독 모델 도입에 필수적인 자산이 되거든요.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읽힙니다. 볼보의 이번 도전이 성공한다면, 과연 자동차 업계의 수익 구조와 경쟁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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