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언론이란 무엇인가?
1. 리처드 기어가 ‘아침마당’에 출연했을 당시를 상상해봅니다. 미국에야 토크쇼가 대중화됐으니 그는‘아침마당’을 ‘오프라 윈프리 쇼’ 쯤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아침마당’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의 선택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소를 지었을 것입니다. 리처드 기어는 지금도 중후한 멋을 풍기는 미국의 대배우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저는 리처드 기어를 그저 우스운 아저씨로 기억할 뿐입니다.
2. 우리는 이미지에 기대어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소개팅에서 천둥 같은 방귀를 뀌었다면, 그의 인격과 관계없이 차후를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래를 부르다 삑사리가 났다면, 선배들에게 당분간 ‘삑사리 난 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소한 지점’이란 곧 우연을 의미합니다. 우연은 어디에든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3. 그러나 의도한 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모든 우연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조사와 계획이 필요하며 임기응변 또한 요구됩니다.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한 준비 사항들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사람들이 이미지에 기대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즉 일련의 노력에는 어떠한 움직임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우연을 잘 통제할수록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집니다.
4. 논의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해봅니다. 이미지가 부여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적 사안 역시 어떠한 이미지로 이해합니다. 누군가는 태극기 집회를 구시대의 잔해로 보는가 하면, 누군가는 이를 정의로운 항거로 기억합니다. 그 사안이 실제로 옳거나 그른지는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합니다. 정확히 시비를 가려내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며, 우리는 제각각의 잣대로 사안을 가늠하고 행동합니다. 이렇게 사회적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을 프레임이라고 부릅니다.
5. 이러한 프레임은 앞선 리처드 기어의 이미지만큼, 또는 그보다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대중의 움직임은 곧 권력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권력을 탐내는 사람들은 사안에 대한 프레임을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나 권력자 전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지는 못하기에,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직업이 바로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6. 언론이 가지는 여러 지향점이 있습니다. 대중과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하며, 여론을 수렴하고,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며, 병폐를 고발하는 등 다양한 이상(理想)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상이 어떻든 간에, 저는 지금의 언론인을 우연을 통제하는 이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물길에 방향을 내듯 대중의 인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그것이 현대 언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우연을 통제하는 이들 (2)에서 계속
17.12.2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