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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빵 Jul 19. 2019

글쓰기라는 리듬이 내게 남긴 것

일요일의 에세이클럽

대학시절 나름 동네에서 잘 나가는 국어 과외 선생이었다. 언어영역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기에 과외 수업마다 수명도 짧았다. 대단한 걸 가르친 건 아니다. 가르쳤다는 표현도 좀 그렇고 내가 터득한 방법을 알려줬다고 하는 게 맞겠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하나 사서 풀고, 채점을 한다. 틀린 문제는 그 밑에 답안지를 보며 해설을 그대로 적는다. 첨삭이 필요한 건 간략히 설명을 해주는 정도지만 수학처럼 풀이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 일을 매 번 반복한다. 한 권의 문제집이 버거우면 모의고사 단위로 잘라서 그때 그때 꺼내어 쓴다.

꾸준이 읽고 쓰고 다시 돌아보는 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습관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독서나 글쓰기가 그냥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글이야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 한 끗 차이는 꾸준함,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그렇게 다르다. 나도 아마추어지만 기술은 있다. 대학시절 악착같이 리포트를 쓰고 필사니 창작이니 온갖 과제를 했고 돌아보니 그 단련이 몸에 남아 있다.

키보드에 두 손을 올리면 피아노를 치는 것 처럼 글쓰기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A4 용지 한 매 정도는 주제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에세이는 편하다. 엽편까지는 괜찮다. 단편소설부터는 또 다른 얘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회사에서 언짢은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키보드 위에 조용히 두 손을 올린다. 내 몸이 기억하는 리듬이 떠오르면서 조금은, 정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꾸준히 해 온 것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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