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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빵 Aug 19. 2019

삼촌의 커피집

일요일의 에세이클럽

 "삼촌들은 다 커피집을 하는 건가봐?" 

 삼촌이 두 명인 아이의 질문이 그럴 듯 했다. 시동생은 카페를 운영하다 지금은 로스팅만 하는 로스터리를 꾸리고 있고 동생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더니 작은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평생직장도 아니니 언젠가 동생이 회사를 그만둘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좀 더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 몰랐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보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나도 해보고 싶었던 다른 일이 있었다.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고 그 다음은 글을 쓰면서 출강하거나 교단에 서는 것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포기하지 않은 꿈이었는데 어느새 '아이가 좀 더 크면', '회사를 그만두면', '돈을 더 모으면' 과 같은 핑계를 대고 나이만 먹었다. 새로운 일을 하기에, 커리어 패스에서 뒤돌아나오는 게 겁나기도 하고 아직 무엇도 이룬 것이 없는 상태니 그만두기 쉽지 않았다. 다시 학교로 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자아실현에 대한 뜻밖의 고민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친한 개발자 친구의 명쾌한 정리로 마음이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다.

 "대학원에 왜 가려는 거야?"
 "문학이나 글에 대해 공부하는 게 재밌고 좀 더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으로 들어가고 싶어. 나중에 또 다른 길을 모색해볼 수도 있을 거 같고"
 "글은 꼭 대학원에 가야 쓸 수 있는 거야?"
 "아니 언제든 쓸 수 있긴 하지."
 "그럼 쓰면 되는 거 아니고?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평가받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글이 쓰고 싶은거면 대학원과 상관없이 나의 길을 가면 되잖아? 그런데 왜 고민해?"


 동생의 카페는 단단한 벽돌이 쌓아올려진 외관을 가진 작은 공간이었다. 아치형의 창이 두 개가 나 있고 그 안은 적당히 밝고 다정한 곳처럼 보였다. 내부에서 밖을 보는 느낌보다 밖에서 안을 정물처럼 바라보면 좋을 곳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그어 불빛을 보며 바라 마지 않던 따뜻함, 동화에서 나오는 다른 집, 창문 너머의 다른 공간 같은 곳. 

 오래다닌 직장이든, 그렇지 않든 퇴사는 쉽다. 나를 붙드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니까. 회사를 그만두자면 지금이라도 박차고 나갈 수 있지만 나는 나의 작은 커피집이 아직 없다. 다른 일을 하기에 늦은 건 아닌가 싶다가도 오늘부터 생각하는 게 내일보다는 빠를테니까. 무엇이든 생각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에 겁내지 않고 어색하다고 피했던 것들도 해보고 판단하자 다짐해봤다. 베레모를 써보는 건 어떨까, 선글라스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다른 색의 립스틱을 발라보는 것부터 해볼까? 

 일상에 다양한 변주를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인생의 다른 경로를 성큼성큼 내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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