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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실 Dec 14. 2020

장애를 나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스웨덴 의족 커버 디자인제작회사를 만나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추구한다. 그러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기존의 보조기구들을 보면 기능에 충실하지만, ‘스타일’이나 ‘감성’을 담은 다양한 디자인이 부족한 편 이다. 장애는 평생을 두고 함께 할 자신의 일부라 한다면, 나의 몸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예를들어, 휠체어 또는 목발이 나만의 패션 아이템이 될 순 없을까. 안경처럼 말이다. 여기 스웨덴 말 뫼에서 기존의 의족 사업에 도전장을 낸 젊은 기업이 있다. 아나토믹스 스튜디어스(Anatomics Studios)가 말하는 장애와 패션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절단장애 소녀를 위한 예쁜 의족을 만들다 


2015년 의지보조기기사(Prothesist)로 병원에서 일하던 크리스천 베라우스는 자신의 환자, 줄 리아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줄리아는 선천적으로 한 다리가 없이 태어나 그녀가 아기 일때부 터 한 쪽 다리 의족을 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자 의족을 하기가 싫어졌다. 이유는 의족의 외관 이 맘에 들지 않아서인데, 그때 크리스천이 추천해줄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인 폼에 스타킹을 씌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줄리아는 그 조차 만족하지 못했고, 급기야 의족하기를 거부했다. 신체의 균형과 건강을 위해서 의족의 필수성을 이야기해 설득해보아도 사춘기 소녀에게는 자신의 외모에 민감했던 것이다. 크리스천은 자신의 산업디자이너 친구에게 찾아가 고민을 나누었 고, 그 친구의 도움으로 첫 의족 커버를 만든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녀의 취향을 담은 의족은 자신의 몸의 일부와 같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크리스천과 그의 친구는 줄리아를 통해 일회적인 시도가 아니라 상용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아기의 의수를 주제로 대학교에서 석사논문을 쓰고 있던 에밀리 스트륌쉐드가 그들과 한 배를 탔다.이들은 인체에 관련한 모든 창의적인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로 아나토믹스튜디 오는 2015년 스웨덴 말뫼시 창업지원센터에서 태어났다. 

아나토믹스 스튜디오스 창업자 왼쪽 크리스천 베라우스 오른쪽 에밀리 스트륌쉐드       사진 : Olle Enqvist




의료기구? 패션 악세서리? 전통적인 사업에 질문을 던지다 



처음에 이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들은 실제 타겟 고객들의 반응은 신선했다. 나에게 꼭 맞춘 악세서리라는 점에 관심을 보였고 사용자로써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주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의족을 피부색의 스타킹이나 긴 옷으로 가려야 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뽐 낼 수 있는 멋진 패션 아이템으로 만든 것을 기뻐했다. 아나토믹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는 에밀리는 언제나 자신의 고객들을 보면서 훈훈한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단지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라와 인종을 떠나서 무료로 자신들만의 유용한 정보들을 나누고 서로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아나토믹스 스튜디오가 작지만 지난 5년간 꾸준히 성장 할 수 있었던 것도 장애 당사자들만의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한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한 절단 장애인이 아나토믹스의 서비스와 제품에 만족했고, 적극적으로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한 것이 지금까지 북유럽에만 150명의 고객층을 만들었다. 반면에 기존의 의료시장에서는 그들의 등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제작방법과 필요성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에밀리는 지난 5년을 회고하면서 말했 다.“우리는 의료, 보조기구 제작 회사도 아니고 패션회사 아닌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스스로 만들었어요. 그걸 혁신 또는 융합이라고 하겠죠.” 


아나토믹스 스튜디오스 제품 사진 : Emelie Strömshed

 


디자인부터 제작은 일대일 맞춤형 


사실 의수족 커버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은 아니다.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에 이미 시스템을 갖춘 회사들이 있다. 그러나 아나토믹스 스튜디오만의 차별점이라면 고객의 의뢰에서부터 제작까지 이세상에서 하나뿐인 커버를 만든다는 것이다. 스웨덴출신 프로골퍼이자 오른다리가 절단된 Caroline Mohr는 그들의 단골 고객이다. 그녀는 골프 시합용, 대중 강연용 커버에 이어 최근에는 자신의 결혼식에 입을 하얀드레스에 어울리는 커버를 특별주문했다. 그녀가 원하는 드레스의 레이스의 문양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커버에 그녀의 이름과 남편의 이름 이 문신처럼 새겨진 커버는 오롯이 그녀만의 소장품이 되었다. 아나토믹스는 3d 프린팅 방법으 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성화된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가격대가 600유로 (한화 70만원)으로 고가에 해당한다. 하지만 스웨덴을 포함한 덴마크, 노르웨이 북유럽국가에는 보조기구 제작에 대한 비용부담을 국가가 하기 때문에 비용 에 대한 개인고객의 부담은 상당히 적다. 설립후 지금까지 150명의 고객은 대부분 북유럽에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급화 전략 뿐만 아니라 반 기성품 라인을 만들어서 가격을 내리고 제품을 대중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이들의 다음 목표다. 


사진 : Stefan von Stengel'

 



북유럽시장을 넘어 세계로 


아나토믹스는 스웨덴 밖으로 나가기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간편한 주문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 의족을 사진 촬영하면 그 사진을 토대로 사이즈를 재단할 수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 하거나, 요즘에는 의족을 제작할 때 3D 스캐너를 사용하는 병원들이 많기에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도 주문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온라인 서비스로 가능하게 해서 전세계 고객에게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게 그들의 다음 목표이다.북유럽 국가만의 선진화 된 의료시스템 환경에서 사는 장애인 뿐만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도구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의족커버가 주 사업 아이템 이지만, 몸에 관련한 새로 운 아이템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을 이어 올 수 있는 것도, 스웨덴의 창업을 적 극적으로 지원하는 환경 덕분이라고 에밀리는 말한다. 최근에 아나토믹스는 6억의 펀딩을  받았다. 강한 신념을 가지고서 장애인에게 날개를 달아줄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사회복지사 전문잡지 '소셜워커' 2020년 12월호(Vol. 217)에 실린 글입니다.


다음호는 [모두가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세계 최초 장애인 온라인 여행사 핸디스커버 설립자 세바스찬을 만나다]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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