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생의 글쓰기
며칠이 지나면 2025년이 마무리된다.
매년 12월은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가져다준다.
매서운 바깥 추위 덕분에 더욱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집 안에서의 안정감.
여기저기 매달린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울려 퍼지는 캐럴의 낭만.
지난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반성과 뿌듯함.
그런데 이번 연말에는 왠지 모르게 2년 6개월 전을 더 의미 있게 떠올리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을 생각한 덕분이었다. 2년 6개월 전, 그러니까 2023년 여름이 이 모든 고민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록이 남아있을까 하여 생각하던 중 떠오른 것이 바로 블로그였다.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 생각의 싹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기준과 방향의 각도를 조금씩 조금씩 틀어놓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내용을 어딘가 끄적였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것이 블로그였던 것이다. 그때 적어놓았던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나간 감정들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의 변화라고 하면 작지만 많은 것들이 있다.
그중 가장 커다란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선택받는 삶에서 선택하는 삶으로 인생의 설계방향을 고쳐가려고 나는 항상 노력하게 되었다. 2년 6개월 전 느꼈던 알 수 없는 모순의 감정을 시작으로, 왜 남들이 말하는 삶이 정답인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말이다.
다행히도 '나만의 것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나의 깨달음과 감각은 지금의 시대상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 같다.
AI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의 일자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며, 생각보다 더 빨리 안정한 것은 불안정으로, 불안정은 새로운 기회로 뒤섞이며 변주해 갈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좌절이 아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내가 속한 조직의 역량이 아닌, '개인의 깊이'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개인의 브랜딩'이라는 취지가 나의 삶과 긴밀한 연결이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작지만 많은 것들의 변화 중 하나와 연관된다.
2년 6개월 전에 내가 '경제적 자유'로써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애썼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곧 나만의 자유라는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예측되는 우리 세대의 수명을 보통 100-120대로 이야기한다. 그에 더해서 ai로 변수는 무수해질 것이다. 경제적 자유의 단계를 설계하고 완성하는 길은 빠르게 뒤바뀌면서 뚫리고, 막히고, 굽어질 것이고, 그 발판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예측하기에는 너무나 혼란한 상황인 것이다. 그에 반해 내가 살아내야 할 시간은 매우 길어졌다.
나의 결론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금씩 삶의 방향을 안정적인 회사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의 열정으로 옮겨가자. 행복하고 길게 일하자.'였다. 그것은 내가 진실로 좋아하는 것을 디깅하다 보면, 분명 남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자 바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좋아하는 것 1호'로 아직은 어설픈 '글쓰기'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통스럽지만 재미있어서.
지난 2년 6개월간 나는 많은 것들에 도전했다. 쇼핑몰 창업, 여러 가지 재택 부업들, 편집디자인 공부, 출판사 취업 도전, 문피아 웹소설 연재, 브런치 에세이 등등. 그중 어떤 것들은 결과로 성과가 났고, 나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던 경험도 있었으며, 무반응 또는 지난한 실망과 좌절을 주기도 했다. 성과가 나는 일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적성과 안 맞아서였다. 그와 반대로 나에게 좌절을 가져다준 분야는 짜릿할 만큼 커다란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바로 그 부분이 글쓰기였다. 더 정확히는 '소설 쓰기'였다. 물론 글쓰기 또한 의무가 되면 열정이 식어버리는 나의 희한한 특성상 '주기적으로, 자주'는 안되었지만, '띄엄띄엄, 폭발적으로'는 가능했다. 글쓰기가 내게 가져다주는 재미는 게임에 몰두하는 것 못지않게 크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올리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가장 못 했을 때 남긴 것이 돈이 된다. 그게 커다란 자산이 된다."
유튜브 영상 속 한 작가가 한 말이 내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해서 충격받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런 어리숙한 시절의 기록이 있기에 미래에 성장한 나의 모습이 더 가치 있고 멋지게 빛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나는 어땠는가.
공모전을 준비한답시고 이미 결말까지 스토리 구성을 다 마쳐놓고도, 첫 부분만 오십 번째 고쳐 쓰고 있는 완벽주의자.
나는 지금의 실력으로는 만 번을 고치더라도 마음에 드는 글을 써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앞세우고 있었다.
영상 속의 작가는 덧붙였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처음이 천재 신인의 등장이길 바란다"라고.
솔직히 많이 찔렸다. 이제 글이란 것을 쓰겠다고 작정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안된 초심자인 내가 명작이라 불리는 소설작품들을 읽고, 그만한 수준의 글을 써내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니. 내가 봐도 참 어리석다는 반성이 밀려들었다. 일단은 끝까지 쓰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는 것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벼려지는 것임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단 완벽하지 않더라도 준비한 내용대로 심혈을 기울여 단편소설을 완성하고, 플랫폼에 소설을 업로드하기로 했다.
그리고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엉성한 나의 기록들을 있는 그대로 쌓아나가기로 했다. 세상에 나를 내놓고 성장의 발자취를 남겨놓겠다는 마음으로.
몇 년이 지나고, 그때의 내가 그것들을 보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작가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