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원님 수행 능력을 알아볼게요
충동적으로 시작한 PT 첫 수업을 듣는 날이었다. 돈 낭비가 아닐까. 이제라도 그만둘까. 별생각을 다 하며 헬스장에 들어섰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첫 시간이니 운동 수행 능력을 먼저 확인하겠다고 하셨다. 팔 벌려 뛰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하고, 스쿼트를 원래 아는 자세로 해보라고 하셨다. 체감상 1분도 안 한 것 같은데,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생님께서는 내가 근육량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첫 수업 50분이 끝났는데도 엄청나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게 맞나? 원래 PT 선생님들은 운동 시킬 때 막 굴리던데.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가 벌벌 떨리던데. 의구심에 원래 이렇게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맞는지 여쭈어보니 원래 처음에는 서서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 주까지는 적당한 강도로 수업할 거라고.
조금 의아했지만, 뭔가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오랜만에 땀을 흘린 개운함에 욕심을 냈다. 이틀을 걸러 듣는 PT 수업 사이 쉬는 날, 개인 운동을 나간 것이다. 결과는 엄청난 몸살로 돌아왔다. 너무 후회되어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야 내가 너무 욕심을 냈구나, 선생님이 살살 한 게 아니라 내 체력과 능력에 맞춰 수업해주신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돌아보니 내 인생도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서서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욕심내서 잘하려고 하다가 도리어 아팠다. 특히 직장에 들어가서 초반부터 성과를 내려고,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무리하곤 했다. 나의 한계도 잘 모른 채.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께서 전문가이니 어련히 알아서 내 운동 능력을 파악하셨을 텐데, 나는 나대로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빠졌고 하지 않아도 될 운동까지 무리해서 시도했다. 그 결과, 몸살이 났고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인생의 진로도 그렇다. 내가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이게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가늠해보고 익숙해지는 데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목표만 보고 달렸다. 나를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동안 되는 대로 취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일했다. 돈이 급해서.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난 직장도 큰 고민 없이 취직했다가 실패로 이어졌다.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 포기해도 괜찮은 것, 내 능력치,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얻고 싶은 것 등. 이렇게 고민할 거리가 많은데, 아예 고민한 적이 없으니 다양한 이유로 이직을 반복했다.
마치 내가 근육은 적은 편이지만, 기본 체력은 좋은 편인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