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원래 초반에는 근육통이 있어요
오랜만에 운동을 시작한 탓일까. 혹은 무리했던 탓일까. PT를 시작하고 처음 2주는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등허리, 다리, 엉덩이, 팔뚝.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어찌나 아픈지 PT를 시작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가뜩이나 우울증이라 마음도 아픈데, 몸도 아프다니. 이대로 고통이 멈추지 않으면 어떡하지.
두려운 마음에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근육통이 심해서 앞으로 계속 운동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징징거렸다. 그런데 정말 싱겁게도 내 두려움은 트레이너 선생님의 한마디로 단번에 증발했다.
“원래 초반에는 2~3일 정도 근육통이 있어요.”
이틀에서 사흘이면 근육통이 사라지는구나. 언젠가는 끝날 고통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리고 정 아프면 근육이완제를 먹어도 좋고 폼롤러로 자주 근육을 풀어주라는 조언도 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근육통을 인생의 고통에 빗대어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근육통은 2~3일이면 끝난다.
→ 인생의 크고 작은 고통은 언젠가 끝난다.
근육통이 심하면 약을 먹거나 폼롤러로 풀어주면 된다.
→ 인생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있다.
생각보다 잘 들어맞는 비유였다. 실제로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이와 이별했을 때, 그 고통이 정말 컸는데도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져 있었다. 심리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큰 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때도 수술 직후의 육체적 고통이 3시간 이후 점차 줄어든 경험이 있었다.
고통은 그 강도나 종류에 상관없이 언젠가 나아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증도 언젠가 나아질 거란, 혹은 관리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우울증도 마음의 고통이니까.
결론적으로 인생의 진짜 문제는 고통이 아니었다. ‘인생에서 만난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였다. 이 고통이 언젠가 끝나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 고통을 낮춰주는 방법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2주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근육통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확 줄었다. 정말로 고통은 나아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근육통을 통해 우울증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