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근육은 상처 입고 회복하며 강해진다
PT 첫날로부터 2주가 흐른 후, 근육통의 강도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가끔 새로운 운동을 해서 새로운 근육을 자극하면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고통에 대한 시각은 달라졌지만, 왜 고통 없이 더 나아질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는, 쉬운 길을 찾으려는 본능 때문일 터였다.
그때 스치듯이 들었던 근육이 키워지는 과정에 관해 찾아보았다. 근육은 운동을 통해 미세하게 손상된 후 회복된다. 신체는 손상된 근육을 수리하고 근육은 이전보다 더 강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반복하면 근육이 점차 더 많은 스트레스에 적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영양 섭취와 휴식, 수면이다. 흔히 말하는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고른 섭취가 근육의 회복과 성장을 돕는다. 휴식은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주며, 수면 중 성장 호르몬이 근육 회복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근육이 회복되는 동안 영양을 섭취하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는 뜻이다.
근육통이 왜 필수적인 과정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우울증의 원인을 찾으려고 아등바등할 때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기본이라는 말. 나는 회사에 다니며 이들 중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이전 회사에서 야근하면서 식생활은 온갖 당류 간식과 불규칙한 식사로 엉망이었다. 또 퇴근 후에도 쉴 수 없는 업무 구조로 새벽 서너 시에도 깨는 등 불면증도 심했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늘 초긴장 상태였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었다. 솔직히 거기서 버티던 다른 동료들도 잠은 포기한 것 같았다. 업무 시간에 졸거나 죽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울증이 오는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회사에서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를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말들. 그런데 그 말들이 대부분 진실이 아님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쉼이었다. 마음 편히 자고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으니 자연스럽게 그 말들을 모두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가 없으며, 상대도 그 상황에서는 그런 말들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을 거란 이해심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나는 마음이 아주 조금 강해졌다. 앞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어느 정도는 흘려들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쉬면서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됐다.
나에게는 상처 입은 나를 돌보는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https://blog.naver.com/drdamoa/223317936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