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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an한 B Jun 05. 2024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
_Ep. 24

르꼬르뷔지에-신승철

2024년 3월 14일(목) BnJ의 제24회 독서모임.

달콤한 화이트데이에 진행된 이번 독서모임은 책을 읽지 않고 온 B로 인해 전혀 달달하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책을 읽지 않고 오면 벌금을 받아야겠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책 얘기를 하기에 앞서서 많은 인물 중에 왜 르 코르뷔지에였는지, 언니는 왜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싶어요.


B: 내가 건축이랑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잖아. 근데 르 코르뷔지에가 필로티 구조를 처음 만들었고, 현대 건축의 시조새 같은 인물이라 나는 '건축'하면! 그가 제일 먼저 떠오르거든. 고대, 르네상스 등 무수히 많은 건축미가 존재하겠지만, 현대인에게 편리함과 미적 감수성을 충족할 수 있는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


J: 그럼 언니는 르 코르뷔지에를 어떤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됐어요?


B: 글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달까? 건축 쪽에 관심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하면서 알게 됐던 것 같고, 그를 인지하고 난 후엔 건축 관련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책 등에서 언급되는 걸 보면서 반복학습이 된 거라고 생각해.


J: 내가 이 질문을 왜 했냐면, 나는 르 코르뷔지에를 아예 몰랐거든요. 알다시피 난 건축에 관심도 없고, 그래서 해외여행을 가서도 건축물은 잘 안 보니깐. 그래서 혹시 언니가 최근에 여행을 다니면서 이 분의 건축물을 실제로 보고 그 건축물을 통해서 알게 됐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근데 언니는 그런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


B: 응. 그렇지, 실제 건축물을 보고 빠져들었다거나 뭐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없었어.


J: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르 코르뷔지에에게 입문했잖아요. 일단 첫 번째로 이 분이 이렇게 현대의 인물인 줄 몰랐어요. 건축이라고 하면 뭔가 고딕 건축 양식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비잔틴 양식이나 아치형 건물, 유럽의 대성당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물론 표지가 현대적이어서 생각보다 근대의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최근의 인물일 줄 몰랐어요.


B: 그럴 수 있지. 네 말이 맞아. 네모 건물을 지었던 현대인이야.


J: 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난 이 책 너무 별로였어요.


B: 정말? 난 정말 재밌었는데...? 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 TOP3에 들만큼 좋았어.


J: 난... 제일 안 좋았는데!


B: 그럴 수 있지. 누구나 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J: 왜냐하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이 인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아니...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페소아는 우리 둘 다 전혀 애정이 없었는데...


B: 그 책은 작가의 문장이 너무 좋았잖아.


J: 맞아. 근데 일단 나같이 입문용으로 읽기에는 책이 좀 어려웠어요.


B: 네가 재미없다고 느꼈던 이유는 이 책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책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했거든. 정보가 너무 많다!


J: 맞아. 그리고 입문용 책이라고 하기엔 이미 심화용이야. 그래서 어려웠고. 또 하나 별로라고 느꼈던 점은 이 작가가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B: 계속 비난하지?


J: 맞아. 그래서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약간 비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어떤 한 인물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는 것이 좋았거든요.


B: 음~ 그래도 나름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어?


J: 저는 이 시리즈 중에 페소아, 헤밍웨이 그리고 클림트, 이렇게 세 권이 좋았거든요. 그 작가들이 인물을 애정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런데 이 작가에게 르 코르뷔지에가 좋아하는 건축가 중에 한 명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애정하는 사람 같지는 않아요. 


B: 나는 오히려 주관적으로 무조건 좋아! 가 아니라서 좋았어. 하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계속 부정적인 것들을 드러내고, 이 건축가가 놓친 것,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긴 했지. 약간 나태하게 보일 수 있는 행적에 대해서 굳이 이렇게까지 언급했어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고 찬양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재밌게 느껴졌어.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그에 대해 봤던 것들은 이 사람이 얼마나 천재적인지 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현대 건축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축물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다큐나 영상만 봐 왔었거든. 그래서 오히려 나는 이런 시각이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졌어.


J: 그러니까! 언니는 기본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업적을 알고 있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이 책을 접했을 때 '아! 이런 면들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밌었을 것 같은데 나는 이 책만 봐서는 왜 이 사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B: 이 책에 나와있잖아.


J: 물론 있긴 하지.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어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나도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하고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좋아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나...


B: 흔히, 천재는 똘끼를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 똘끼가 진짜 다분히 있었던 사람인 것 같고, 여기에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라는 이 표현이 이 사람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을 했어. (모든 것이 은유이자 시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좋아해 봄이 어떨지...)


J: 맞아. (...) 

사진작가 유섭 카쉬가 찍은 르 코르뷔지에의 사진(1954). 자신의 저택 안 나선형 계단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 ⓒ Yousuf Karsh: Regarding Heroes

J: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단점! 내용과 사진이 따로 놀아요.


B: 인정! 잘 맞는 부분도 있었는데 따로 논다고 하는 것도 뭔지 알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어떤 건물이 나왔다 그럼 그 건물에 대한 사진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곳의 배경 사진만 있었어. 그래서 이게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있어서 못 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J: 나는 오히려 본인의 글로 그 건축물을 소개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상상하게 만들고 싶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B: 근데 그 건축물을 사진으로나마 제대로 보여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J: 그러니깐요. 건축물을 안 보여주니까 좀 답답했어요.


B: 사실 나는 그곳들을 이미 봤기 때문에 그걸 상상하면서 봤는데, 그 모습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좀 아쉽긴 했어.


J: 이 책은 분명 심화가 맞아!


B: 입문자용은 아닐 수도. 정보가 진짜 너무 많아. 정보를 덜어내거나 사진을 좀 더 친절하게 썼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이 필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의도인지 잘 모르겠어.


J: 나 계속 안 좋은 것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냥 논문 같아요.


B: 그 정도는 아니 쟈나?! 논문 까지는 아니었어...ㅠㅡㅜ


J: 이전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와 비교해 보자면, 이전의 책들은 저자가 실시간으로 그 장소를 답사하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세이적인 느낌이 강했잖아요. 


B: 그런데 이건 개인의 에세이보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삶을 그냥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 그래서 에세이로 느껴지지 않는 거지? 


J: 맞아요. 글 자체가 저자의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B: 나는 이미 신승철이라는 연구자가 르 코르뷔지에의 아쉬운 점들을 계속 노출하는 걸로 의견을 다 했다고 생각했어. ㅎㅎ


J:  배경 중에 알제리가 나오잖아요. 알제리는 우리가 쉽게 접해왔던 도시가 아닌데, 나는 이미 알제리의 모습을 '클래식 클라우스' 시리즈의 알베르 카뮈 편해서 봤거든요. 카뮈가 알제리 출신이라...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도시나 장소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B: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건 아닐까..? 

(B: 다시 보니 계속 옹호만 하고 있음 ㅎ / J: 난 계속 그것 부정만 하고 있네요 ㅎㅎㅎ)


J: 맞아. 또 책의 말미에 아내 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르 코르뷔지에의 아내도 그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은데, 너무 짧게 마지막에 넣은 느낌이라 그 점도 아쉬웠어요. 


B: 르 코르뷔지에가 너무 다양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경험을 했고, 또 오래 살았고... 그리고 그 사이 세계 전쟁이 두 번 일어났고 여러 혁명도 일어났고 하니까, 시대적 배경과 이 인물의 여정을 다 풀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 지금 보니 담아야 할 내용이 너무 방대했다 싶어.
이 사람의 주요 어떤 행적지 한 군데에서 시작해서 그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를 했다면 좀 더 편안할 수 있었겠지. 정보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줘.


J: 우리가 읽었던 '코난 도일'이나, '페소아'나 '마키아벨리' 등을 생각해 보면 이 사람들은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만큼 한 가지 서사에 집중됐던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화가이기도 하고 건축가이기도 했고, 글도 썼다고 하니까요. 그 내용을 다 담아내려다 보니깐 양이 많긴 많았겠지. (드디어 수긍..?!)


B: 그래서 신승철 교수가 정말 방대한 양의 정보와 자료들을 찾아봤겠구나 싶어서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 구술채록하듯 누군가 만나서 얘기도 하고, 실제로 그 장소에 가서 보고 듣고, 사진도 직접 찍고. 뒤에 참고 문헌 목록 보니까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서적을 참고했더라고. 굉장한 배경 연구가 있었을 것 같아. 이 책이 집필되기까지... 

마르세유에 위치한 세계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이다. / ⓒ Gili Merin


J: 그렇지만, 끝까지... 글이 내 스타일이 아니야.


B: 이게 그냥 너의 흥미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흥미분야도 아닌데, 입문하기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 


J: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르 코르뷔지에를 알게 됐고, 그래서 더 깊게 알고 싶다는 흥미가 생기긴 했어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관심 있어하는 시기와 관심 있는 인물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배경이나 장소가 좀 익숙했어요. 이게 큐비즘이 막 출몰했던 시기의 건축 이야기고, 후기 낭만주의하고 약간 겹쳐 있는 시기여서 나도 조금 공부했던 시기였거든요. 이 사람이 원하는 건축의 방향이나 이 사람이 같이 어울렸던 미술가들, 화가들 그리고 그 그림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는 좀 알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어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텐데 그림 쪽의 시대 배경을 좀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앞서 내가 얘기한 것처럼 내가 예상했던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 현대 건축의 시초인 거잖아?


B: 한 획을 그은 사람이지.


J: 이런 장르의 건축도 조명할 수 있다는 것도 되게 신선했어요. 내 눈에 익숙한 건축물이 이 사람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B: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데 가장 밀접한 건축물을 만든 사람이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콘크리트를 이용한 건축물이나 신체 사이즈를 기준으로 내부 어떤 인테리어 지침을 만드는 건 굉장히 획기적이었지. 심지어 이 모든 걸 자기 감으로 개척해 낸 거잖아. '누구한테 가서 배워라 뭘 해라' 하는 조언도 따르지 않고, '나는 지금 이걸 해야 될 때'라는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니까. 새로운 양식이나 지침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는 길까지도 자기 입장에 맞춰 개척하는 사람이라 더 재미있었어. 위대한 개척자의 항해를 보는 기분? 콜럼버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J: 와~ 난 콜럼버스.


B: 콜럼버스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그냥 가다가 '우연히' 신대륙을 발견한 거지만 이 사람은 자기가 개척한 거잖아.


J: 그건 맞지... 자! 이제 마무리를 하자면, 르 코르뷔지에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 근데 이 저자 글쟁이는 아닌 것 같아. 


B: 그래? 나는 빨리 익혀서 좋았는데?


J: 나는 중간에 마의 구간이 있었고... 확실히 건축물을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설명하니까 그 부분을 좀 따라가기가 어려웠어.


B: 그게 나도 한 가지 미스라고 생각하지만, 문장 자체는 읽기에 나쁘지 않았어.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어. 그리고 르 코르뷔지에가 이 사람이 썼던 여러 필명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거든. 이 사람이 프랑스로 이민을 간 거잖아. 그러면서 프랑스인스러운 이름을 만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잡지에 기고할 때 썼던 여러 필명 중에 하나였다는게 신기했고, 나도 잡지를 만드는 월간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이제 그런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달까? ㅎㅎㅎ


J: 우리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오랜만에 읽었잖아요. 2년 만인가? 근데 이 책을 통해서 시리즈의 다른 책을 또 읽고 싶어 졌어요. 그리고 확실히 이 시리즈는 작가에 따라서 기복이 심해요. 우리가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 외에도 몇 권 더 읽어봤는데 중간에 포기한 책도 좀 있고... 여러 가지고 좀 기복이 있는 시리즈예요.


B: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J: 나도 건축 관련한 책은 처음 읽어봐서 좋았어요.


B: 그리고 건축 세계사적 흐름에서 근현대시기 건축의 흐름도 좀 알 수 있었고.


J: 이때가 내가 좋아하는 시기예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내가 좋아하는 미술사 흐름이 담겨 있는 시기여서 재밌었어요.


건축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7점 + 구성력 2.4점 + 오락성 2.9점 + 보너스 1점 = 총 9

J: 문장력 1.9점 + 구성력 1.8점 + 오락성 2.2점 + 보너스 0점  = 총 5.9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토마스 헤더윅 '휴머나이즈' :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밖을 지나는 절대다수의 비전문가 혹은 비전공인인을 위한 건축서. 르꼬르뷔지에가 지루하다고 혹평했던 그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책. 비슷한 시기 확연히 다른 건축에 대한 시선을 느끼고 싶다면, 도전!
J: 클래식 클라우드 '알베르 카뮈' : 지중해의 태양빛이 내리는 알제리를 더 깊이 있게 만나고 싶다면...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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