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13개월째 수유 중인 건 함정
산후조리원 원장님한테 모유로 인정(?)받으면서 나는 웃기게도 모유부심이 생겼다.
원장님 왈,
모유수유가 잘되려면
첫째, 모유가 잘 만들어져야 하고
둘째, 모유 배출이 잘되어야 하고(유두 모양에 따라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음)
셋째, 아기가 엄마 젖을 잘 먹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
이 삼박자가 다 고루 잘 갖춰야 한다고 설명해주시며
본인이 여태껏 본 산모 중 내가 다섯 손가락에 든다며 손가락을 쫙 펼쳐 보이셨다.(별이 다섯 개!!!)
신생아 때는 모유 젖 물리는 방법이 서툴러서
(출산 전엔 그저 아기한테 젖을 들이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룰루)
산후조리원에서 틈틈이 유튜브로 수유자세도 검색해보고 공부하면서 수유를 했다.
신생아 무렵엔 수유 텀이 너무 짧고
수유자세 때문에 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분유의 도움을 받고 싶기도 했는데
아기 입장에서 분유를 먹는 것보다 모유를 빠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조리원에서 두어 번 분유를 먹다가 모유를 먹이면 영 못 먹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가급적 분유 수유는 자제하고 모유수유로 길을 들였다.
또 별다른 젖몸살도 업고 모유량도 많은 편이라
분유 수유로 넘어가기에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남들처럼 고생하는 것도 아닌데 기왕이면 그냥 모유를 먹이는 게
아기에게도 더 좋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그래서 신생아부터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다행히 아기도 잘 먹어줘서 무럭무럭 잘 크고
엄마와 아기 간의 유대도 잘 형성되었다.(네 엄마 껌딱지입니다.)
그런데 이 모유수유 언제까지 해야 할까.
육아서에서는 24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하면 좋다고 하긴 하지만
주변을 보면 현실적으로 대부분 돌 이후에는 단유를 하는 분위기다.
이유식, 유아식을 하면서 모유에서 킨더밀쉬나 흰 우유로 넘어가는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모유부심을 부리며 모유를 맘껏 먹인 탓일까
돌 치른 지 한 달이나 지난 13개월 차 아기가 엄마젖을 너무 찾는다.
게다가 이유식이나 밥보다는 모유를 더 찾는다.
배고플 때도 젖, 졸릴 때도 젖, 짜증 날 때도 젖, 헛헛할 때도 젖...
시시때때로 가슴팍을 파고드는 아이를 보면
문득 이걸 어떻게 끊지 걱정이 된다.
밥만 잘 먹어도 모유를 간식 삼아 오래 먹이면 걱정이 좀 덜할 텐데
밥 보다 엄마 젖을 더 찾는 13개월 우리 아가.
엄마젖도 좋지만 이제 밥도 잘 먹어보자.
밥 잘 먹으면 모유 더 오래오래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