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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Dec 13. 2021

디즈니 CEO 밥 아이거의 성장 스토리

픽사와 마블 그리고 스타워즈까지 품에 앉은 디즈니 제국의 비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1179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올 한 해는 게을러져서 작년만큼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독서가 주는 유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 달에 2권 정도는 읽어왔던 것 같다.(내년에는 더 열심히 읽어야지!)


디즈니만이 하는 것(The Ride of A Lifetime), 4분기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여러모로 가장 인상 깊었다. 여러 번 곱씹어보고 싶어서 시간을 두고 3번 정도 읽었고 가까운 지인들과 독서모임도 진행하면서 책을 통해 많이 배워보려고 했다. 더 오래 남기고 기억하고 싶어서 생각했던 부분 그리고 다짐했던 부분을 짧게 글로 남겨본다.


1. 말단 제작 보조부터 CEO까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업무였지만 제작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덕분에 나는 업계 전문용어에 숙달했고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면면을 파악했다. 어쩌면 그때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수반되는 까다로운 요구사항들을 즉각 해결하는 법과 극한의 업무량을 견뎌내는 법이 아닐까 싶다. 그때 익힌 근면함은 지금까지도 내 든든한 자본이다(p46)

리더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끝까지 듣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훌륭한 경영자의 조건이다(p135)

진정한 리더라면 주변 사람들이 더욱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책임을 떠맡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우길 바라야 한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p141)


밥 아이거는 ABC TV 스튜디오의 제작 말단으로 입사해서, 디즈니 제국의 CEO까지 오른 직장인 성공신화 인물이다. 심지어 ABC는 디즈니에 인수가 되었지만, ABC 출신의 밥 아이거는 디즈니에서도 인정 받아 CEO까지 오른다. 그는 큰 조직 정치에서 살아남았고, 사람들을 얻으면서도 조직에 충성했던 사람이다.


이름 있는 MBA나 컨설팅 펌 출신도 아니고, 바닥에서 시작해서 실무를 탄탄히 다져오며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히 성장하였다. 언제나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계시면서 너무나 먼 미래를 보며 불안해하기보다는 현재 R&R에 더 충실하며 업무에 매진하면서 오늘보다 내일 아주 조금 더 나아지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는 그것이 나의 그릇보다 더 큰 자리라고 할지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성장하시고 이겨내시는 모습 또한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다.


나는 유명한 대학이나 MBA를 나오지도 않았고 MBB라고 불리는 Top 컨설팅펌에서 일해본적도 없다. 다만, 운이 좋게도 현재 담당하는 서비스를 5명이서 론칭할 때부터 함께 하면서 니일 내일 가리지 않고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도맡아서 했었고, 3년이 지난 지금은 7명 정도 되는 작은 팀을 리딩 하면서 담당하는 서비스의 손익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감사한 것은 MBA와 컨설팅펌을 경험하신 여러명의 상사분들을 3년 반정도 모시면서 정말 압축적으로 많이 배웠다)


조직과 사업의 미친 성장 속도를 개인이 쫓아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묵묵히 나에게 주어진 그리고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머리가 안될 때는 온전히 엉덩이 힘으로 새벽이며 주말까지 밀어붙이면서 과연 나의 최선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보기도 했다. 도저히 못하겠어서 새벽에 혼자 ㅅㅂ을 샤우팅 한적도 있고, 나는 일주일 동안 풀지 못했는데 상사분은 30분만에 해결하는 것을 보고 클래스의 차이와 더불어 허탈함도 느낀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절정의 순간에서 사람은 성장을 하는 것 같다. 마치 근육이 생기기 위해서는 근육이 찢어지고 토할 정도로 해야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 않을까. 아직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하나의 롤 모델이 생긴 것 같아 안심이 된다.



2. 디테일의 힘

룬에게는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좋은 세부사항이라는 게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은 모든 사소한 것들을 바로 잡아서 얻어내는 결과였다.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의욕이 없어서와 같은 핑계를 먼저 댄다. 그러면서 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괜찮지 하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한다(p59)

나는 큰 그림과 세부사항을 동시에 보고, 여러 요소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파악해내는 마이클 아이스너의 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세부사항을 통제하는 경영은 사실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고 나도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일의 성패가 종종 세부사항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위대함은 매우 작은 것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늘 강조했고, 내가 그 사실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p166)


여기서 가장 많이 배웠던 중에 하나도 바로 '디테일'이다. 배민뿐만 아니라 현대카드나 토스, 그리고 쿠팡과 같이 브랜딩이 명확하고 고객 경험이 뛰어난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디테일에 목숨을 건다.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 다소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는데, 워딩에 다소 부정적인 어감이 있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순기능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어느 업계에서나 0에서 90까지 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90에서 100까지 가는 것은 정말 사람을 피말릴 정도로 힘들게 만든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휩싸이고, 멘탈과 체력이 바사삭 거리는 그 순간을 이겨내야만 90에서 91로 한 칸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힘든 과정을 통해서만 한층 더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고, 90과 93 혹은 95와 97의 그 작은 차이가 합쳐져서 서비스의 경쟁우위가 되는 것이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직의 수준이 안될 때에는 ABC 스포츠의 룬이 그랬듯이 리더들이 디테일에 환장하고 편집증에 걸린 사람처럼 줄기차게 외치고 세부사항을 모조리 뜯어보면서 조직을 들볶으면서 다소 긴장감을 유발시켜야 한다. 개개인의 역량 수준, 조직이 디테일을 바라보는 눈 높이 차이, 업무를 진행해왔던 관성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조직은 서서히 개선이 될 것이고 리더의 끊임없는 외침으로 인해 점차 조직문화로 스며들어서 조직 전체적인 기준은 차차 높아질 것이다. 리더도 조직도 모두 그 과정이 힘들지만 고난의 시간이 없이는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번 곤고하게 안착된 높은 기준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Easy Come Easy Go!



3. 현안 점검 및 목표 세팅

기업의 조직문화는 많은 요소들에 의해 그 형태를 갖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가 우선사항을 반복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것이 바로 위대한 경영자와 나머지를 가르는 요건이다. 리더가 우선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은 일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과 에너지, 자본이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p196)

스콧과 만난 이후 나는 어렵지 않게 전략적 우선사항 3가지를 명확하게 결정했고, 그것들은 내가 CEO라는 직함을 갖게 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가는 길잡이가 되어 왔다(p197)

취임 대기기간 첫째 주에 나는 측근들(CFO, 법률자문위원, 홍보 총괄)을 불러 모아서 향후 6개월 이내에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의 목록을 작성했다(p219)


밥 아이거는 항상 새로운 직함을 얻을 때마다 초기에 현안을 점검하고 목표를 세팅하면서 조직을 장악하고 리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조직의 리더라면 꼭 해줘야 할 부분이 바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조직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현재를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뽑아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Initiative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를 퀵하게 돌아보면,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의 현안을 그때그때 처리하느라 1) 중장기 계획에 따라 일하기보다는 다소 즉흥적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였고, 2) 정해진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일하기보다는 업무 담당자들의 개인기에 맞춰 일하였고, 3) 개별 담당자의 역량을 체개적으로 키워주진 못했던 것 같다. 따라서 서비스와 조직이 중장기적인 명확한 방향성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하지는 못하였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변화 대응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과 조직규모가 커지는 만큼 조금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1) 정해진 일/주간 루틴에 따라서 일하기 2) 각종 업무 프로세스 및 체크 리스트 구체화하기 3)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목표로 조직을 더 고도화시켜보려고 한다. 이미 팀원들에게는 공유를 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계속 리마인드를 시켜주고 리딩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회사 전체와 담당하는 서비스, 그리고 나의 직속 조직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시간을 할당해서 고민하고자 한다. 이젠 리딩 해야 한다.



4. 파괴적 혁신

주어지는 데이터의 양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결국 당사자의 직감에 의해 결정된다(p234)

지금은 잘 돌아가고 있지만 미래가 의심스러운 사업부문을 파괴한다는 결정은, 다시 말해서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면서 의도적으로 단기적 손실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결정은 실로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p349)

혁신을 꾀할 때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사내의 많은 관행과 구조도 조정해야 한다(p352)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명작을 만들어낸 픽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디즈니가 있었을 것인가? 12년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마블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가 없었다면 지금의 디즈니가 존재 할 수 있었을 것인가? 픽사와 마블의 M&A 모두 조직 내외부적으로 엄청난 반대에 부딪쳤지만, 당시에 밥 아이거는 픽사와 마블의 M&A를 통해 디즈니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고 온전히 본인과 조직의 판단을 믿고 의사결정하였으며 지금의 디즈니 제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의사결정의 무게감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감히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결국 그 의사결정은 조직의 리더가 하는 것이고, 성공이나 실패나 모두 그 리더가 책임지는 것이며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픽사와 마블의 인수는 초대박이 났다.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 IP를 모은다는 전략을 기반으로 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IP들을 다방면으로 분석을 해서 선택했지만, 결국 본인들의 의사결정을 성공으로 만들어낸 저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organic 한 방법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이 시장 전체의 판을 잡고 흔들려면 때로는 M&A와 같은 방법도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해당 업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다음 step에서는 꼭 한번쯤 해보고 싶기도 하고 M&A 보다 더 중요한 것이 PMI라고 하니 PMI까지 성공해서 성과를 잘 만들어보는 경험을 갖고 싶다.



5. 신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의 인수를 돌이켜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 회사들 덕분에 디즈니의 혁신이 가능했다는 점 외에도 각각의 협상이 단 한 명의 지배적 존재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매번 협상이 필요한 복잡한 쟁점들이 있었고 길고 긴 시간 동안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적인 계약의 성사 여부는 매번 인간적인 요소에 좌우되었다. 인간적인 진실성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스티브는 픽사의 본질을 존중하겠다는 나의 약속을 신뢰해야 했다. 아이크는 마블 팀이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조직 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자 했다. 그리고 조지에게는 자신의 유산이, 자신의 '어린자식'이 디즈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던 것이다.(p339)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스티브 잡스(애플), 아이크 팔머터(마블), 조지 루카스(스타워즈)와 M&A 협상을 하는 부분이 아주 큰 비중으로 다뤄지는데 밥 아이거의 신뢰를 구축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업무 차원을 벗어나 오랜기간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부분, 상호간에 win-win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 한 평생을 바친 상대방의 인생과 명분을 중요하게 보는 부분 등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은 챕터였다. 그 중에 참 경이롭다고 느낀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밥 아이거를 인간적으로 좋아했다는 것이다.


업무적인 부분에서 신뢰를 받고 조직을 리딩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겠는데, 조직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면서 더 큰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는 팀원들이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더 많이 공감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을 많이 할 생각이다. 물론 내 원래 성격 상 업무적인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구성원들한테는 그런 넓은 마음을 보여주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서도,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품어야 하는 구성원의 다양성과 업무 역량차이는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에 노력이 꼭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도 작년보다 올한 해 리더로써 사람이 차분해지고 마음이 더 넓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나름 내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조금은 효력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내 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화딱지가 나서 열폭이 나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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