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 알고리즘의 유혹을 이기는 ‘시선‘의 기술

영상 커머스 시대의 현명한 아니 똑똑한 대처법

by DKNY JD

드라마 속 주인공의 공간이 내 집이 되고, 유튜버의 애장품이 내 장바구니에 담기는 ‘See Now, Buy Now’의 시대.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물했지만, 동시에 ‘충동’이라는 이름의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촘촘하게 설계된 영상 마케팅의 그물망 사이에서 나의 주체적인 소비를 지켜낼 방법은 무엇일까?


시각적 황홀경 속에서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게 돕는 세 가지 소비 필터를 제안한다.


1. ‘결제 전 24시간’이라는 완충지대를 설정하라


영상 커머스의 핵심은 ‘즉각성’이다. 분위기에 취해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면, 우리의 대응 전략은 ‘시간의 지연’이어야 한다.


장바구니라는 휴지기를 두자.


영상 속에서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일단 장바구니에만 담고 앱을 종료하자.


딱 24시간만 지나면, 뇌를 지배하던 도파민 수치가 낮아지면서 물건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없으면 당장 내일의 내 삶이 멈추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2. ’ 콘텐츠의 맥락’과 ‘제품의 실용성’을 분리하라


우리가 사고 싶은 것은 종종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이 놓여 있는 ‘영상의 분위기’다.


멋진 카페에서 태블릿을 쓰는 주인공을 보며 태블릿을 구매하지만, 정작 내 손에 든 태블릿은 침대 위 넷플릭스 재생기일 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배경 지우기 연습을 하자.


머릿속에서 영상의 조명, 음악, 배우의 외모를 삭제해 보라.


그리고 그 물건을 내 방의 가장 익숙하고 초라한 구석에 놓아보자.


그래도 여전히 그 물건이 가치 있어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일 확률이 높다.


3. ‘구독 취소’와 ‘알림 설정 해제’는 가장 적극적인 방어다


현대 소비의 비극은 내가 원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유혹에서 시작된다.


알고리즘은 당신의 취향을 분석해 가장 취약한 시간에 가장 매혹적인 영상을 배달한다.


시각적 다이어트를 구현해 보자!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쇼핑 채널이나 SNS 계정의 팔로우를 정기적으로 정리하라.


유혹의 통로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소비의 50%는 제어된다.


알림 설정 해제는 내 삶의 주권을 기술로부터 되찾아오는 첫걸음이다.


4. ‘경험의 가치’와 ‘소유의 가치’를 혼동하지 말라


영상을 보는 즐거움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엔터테인먼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콘텐츠를 본 즐거움을 소유로 완성하려 한다.


시청은 시청일 뿐: "재미있게 잘 봤다"로 끝내도 충분하다.


콘텐츠를 소비한 대가로 반드시 물건을 살 필요는 없다.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미학적 즐거움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스마트한 소비자, 시선의 주권을 가진 자“ 가 결론이다.


영상 커머스 시대의 현명한 소비란 단순히 돈을 아끼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 자본이 설계한 ‘욕망의 트랙’에서 이탈해 나만의 속도를 찾는 일이다.


화면 속 화려한 이미지에 내 시선을 내어주는 대가로 지갑을 열기 전, 한 번만 더 생각하자.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택배 박스의 숫자가 아니라, 내가 내 의지로 선택한 물건들과 맺는 깊은 관계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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