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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an 03. 2022

매일의 동화 12

모양 마을 이야기

 모양 나라에 동그라미 마을, 세모 마을, 네모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은 서로 가까이 살았지만 절대로 어울리지 않았지요.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은 늘 이렇게 얘기했어요.

 “동그라미가 최고야! 세모나 네모는 너무 차갑고 계산적이야. 우리처럼 둥글둥글해야지.”

 세모 마을 사람들도 늘 이렇게 얘기했어요.

 “세모가 최고야! 동그라미는 너무 둥글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지. 네모는 또 어떻고? 너무  딱딱해. 우리처럼 날카로워야 함부로 하지 못하지.”

 네모 마을 사람들도 늘 이렇게 얘기했어요.

 “네모가 최고야! 세모는 너무 뾰족해서 상처를 쉽게 주지, 동그라미는 너무 줏대가 없어. 반듯반듯 믿음직한 네모 정도는 되어야지.”

 

 어느 날 임금님이 온 나라에 공표를 했어요.

 “나라를 굳건히 하고 세계에 널리 알릴 성이 필요하니, 멋진 성을 만드는 마을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 마을을 수도로 삼겠노라.”

 동그라미 마을, 세모 마을, 네모 마을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기대에 가득 찼어요.

  “우리가 가장 멋진 성을 만들자, 그래서 우리 마을을 수도로 만드는 거야!”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과 세모 마을 사람들 네모 마을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성을 만들었어요. 드디어 심사 날이 다가왔어요.

 

 제일 먼저 임금님은 동그라미 마을을 방문했어요.

큰 동그라미 작은 동그라미 둥근 동그라미 길쭉한 동그라미들로 만든 성이었어요. 동그란 꽃 모양과 동그란 고리 커다랗고 둥근 시계도 있었지요.

임금님이 말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성이군, 하지만 너무 빈틈이 많아!”

임금님은 아쉬워했어요.

 

 그다음은 세모 마을로 갔어요.

큰 세모, 작은 세모, 뾰족한 세모, 넓적한 세모가 모여 만든 날카로운 성이었어요.

세모난 깃발에 세모난 탑 세모난 표창도 있었지요.

임금님이 말했어요.

“정말 멋진 성이군, 하지만 너무 뾰족해서 다칠 수가 있겠어!”

임금님은 아쉬워했어요.

 

 마지막으로 네모 마을로 갔어요.

큰 네모, 작은 네모, 길쭉한 네모, 넓적한 네모가 모여 만든 반듯한 성이었어요. 네모난 창문에 네모난 벽 네모난 문으로 가득했지요.

임금님이 말했어요.

“정말 반듯한 성이군, 하지만 너무 네모나서 답답해 보여!”

임금님은 아쉬워했어요.

 

 임금님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결과를 보류하기로 했죠. 동그라미 마을, 네모 마을, 세모 마을 사람들은 임금님의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해했어요. 그리고 서로를 더 미워했어요.

 “다 저 마을 때문이야. 저 마을만 아니면 우리 마을이 쉽게 수도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나라에 큰 전쟁이 났어요. 각종 무기를 장착한 이웃나라가 쳐들어 온 거예요.

동그라미 마을, 세모 마을, 네모 마을 사람들은 겁이 났어요. 적들은 여태껏 보지 못한 무서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임금님은 각 마을에 성벽을 쌓고 무기를 준비하라고 명령했어요.

 

 네모 마을 사람들은 반듯한 성벽을 쌓았지만 동그라미와 세모 마을의 성벽은 그러지 못했어요. 동그라미는 계속 굴러갔고 세모는 서로 부딪혀 어긋나기 일쑤였죠. 적군이 금방 쳐들어 올 것 같았어요.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과 세모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때 네모 마을 사람들이 동그라미와 세모 마을 주변에 성을 쌓아주었어요.

“우리는 빈틈없는 성을 잘 쌓을 수 있으니 성을 쌓는 것을 도와주겠소!”

동그라미 마을과 세모 마을 사람들은 네모 마을 덕분에 튼튼한 성을 쌓을 수 있었어요.

 

 적군이 코앞까지 쳐들어 왔어요. 각 마을 사람들은 무기를 준비했어요. 세모 마을 사람들은 날카롭고 뾰족한 무기를 준비했지만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과 네모 마을 사람들 무기는 무디기만 했어요.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과 네모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때 세모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동그라미와 네모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우리 무기만큼 날카로운 무기는 없으니 우리가 나누어 주겠소!”

동그라미 마을과 네모 마을 사람들은 세모 마을 덕분에 날카로운 무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

 

 적들이 쳐들어 왔어요. 각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싸웠어요.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은 동그란 바퀴를 이용해서 여기저기 피하고 빠르게 공격했지만 세모 마을 사람들과 네모 마을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어요. 

그때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이 세모 마을 사람들과 네모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바퀴를 나누어 주었어요.

“우리의 동그란 바퀴만큼 빠른 게 없으니 우리가 바퀴를 붙여주겠소!”

세모 마을 사람들과 네모 마을 사람들은 동그라미 마을 덕분에 안전하고 빠르게 공격할 수 있었어요.

 

 긴 전쟁이 끝났어요. 다행히 전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마을과 나라는 폐허가 되었어요. 많은 건물과 성이 무너져 버렸죠. 

 임금님은 성과 건물을 다시 쌓으라고 명령했어요.

동그라미 마을 사람들과 세모 마을 사람들 네모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각자 성을 쌓지 않았어요. 대신 함께 모여 성을 쌓았답니다. 다양한 모양이 섞인 건물도 만들었지요. 

 금방 멋진 성과 건물이 만들어졌고, 전보다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어요.

 소식을 들은 임금님이 마을을 찾아왔어요. 임금님은 마을을 둘러보며 감탄을 했어요.

 “정말 멋진 마을이야.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다니! 어디 하나 부족한 곳이 없군.”

 임금님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마을을 칭찬하며 수도로 정했어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마을 사람들은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가끔 어긋날 때도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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