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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08. 2022

한 뼘 동화

거짓말의 거짓말

"엄마가 일찍 올게."

"! 거짓말. 어제도 일찍 온다고 해놓고 늦었으면서. 나랑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기로 해놓고 나 잘 때 왔으면서."

지율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아니야, 오늘은 진짜 일찍 올 수 있어. 약속."

엄마가 지율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지율이는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어요.

"진짜 약속한 거다!"


"밤이야, 언니가 일찍 올게."

"왈 왈 왈 왈!"

밤이가 지율이에게 매달리며 짖었어요.

"진짜야, 오늘은  반일반만 하고 올 거야."

지율이는 밤 이를 꼭 껴안고 쓰다듬어 줬어요.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어. 언니 없다고 아무 데나 똥 싸면 안 돼!"

"왈 왈 왈 왈!"

밤이가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어요.


"엄마, 죽으면 어떻게 돼?"

지율이는 깜깜한 밤이 싫어요. 졸리지만 무서워서 눈을 감지 않았어요.

"글쎄? 그건 왜?"

엄마는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말했어요.

"은찬이가 그러는데 사람은 죽으면 귀신이 된데."

"호호호, 은찬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네. 죽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난 죽는 거 싫어, 엄마랑 헤어지는 거잖아. 엄마는 안 죽을 거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 죽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어."

엄마는 곧바로 잠이 쏟아질 것 같아요. 오늘 너무 피곤했거든요.

"으앙, 그러면 엄마도 죽는 거잖아. 엄마도 나중에 할머니가 된다며! 으앙!"

지율이가 울음을 터뜨렸어요. 지율이는 한 번씩 이렇게 울음을 터뜨려 엄마를 곤란하게 만들어요.

"쉿! 걱정하지 마. 엄마는 진짜 오래오래 살 거야. 아니 안 죽을 거야. 할머니 봐. 아직 건강하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울지 마."

"진짜지?"

지율이가 울먹이며 말했어요.

"응, 우리 가족 진짜 안 죽고 오래오래 살 거야. 엄마 말 믿어."

엄마가 지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럼 밤이도 안 죽어?"

"응, 밤이도 가족 이잖아. 그러니까 뚝 그치고 얼른 자자."

"응."

지율이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어요.

 한바탕 울고 나니 잠이 솔솔 밀려왔어요. 지율이의 눈꺼풀이 살그머니 감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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