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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11. 2022

한 뼘 동화 7

자두를 줬어

자두 한 알이 생겼다. 달콤하고 새콤한 냄새가 절로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한입 베어 물려는데 지나가던 꼬마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만 보니 7층에 사는 꼬마였다.

"이거 먹고 싶어?"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망설이다 자두를 꼬마에게 주었다. 꼬마는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자두를 받았다. 자두가 꼬마손에 들어가니 제법 커 보였다. 꼬마는 단숨에 자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자두즙이 삐져나오는 걸 보고 차마  계속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그냥 내가 먹을걸.'

나는 재빨리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꼬마가 자두를 다 먹고 씨를 담장에 버렸을 때 헐레벌떡 꼬마의 누나가 뛰어왔다.

"많이 기다렸지?  미안."

"누나, 14층 형아가 맛있는 거 줬어."

꼬마는 자랑하듯 말했다.

"어떤 건데?"

"달콤하고 새콤하고 엄청 큰 과일이야."

"응, 그랬구나."

"엄청 맛있었다!"

꼬마와 누나는 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집에선 할머니가 두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프지? 얼른 간식 먹어."

꼬마는 고개를 저었다.

"나 배불러. 안 먹을 거야."

할머니가 의아한 얼굴로 꼬마를 쳐다보았다.

"응, 오는 길에 14층 사는 오빠가 얘한테 달콤하고 큰 과일을 줬데. 그래서 그런가 봐"

꼬마의 누나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저녁이 되어 꼬마의 아빠가 집에 왔다.  꼬마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할머니가 꼬마의 아빠에게 말했다.

"14층 애가 큰 과일을 줬다는데 그거 먹고 와서 배부른지 밥도 안 먹고 잠들었다."

"큰 과일이요?"

"그렇다는구나. 맛있었다고 자랑하던데."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뒤에 꼬마의 엄마도 퇴근해 집에 왔다.

"14층 애가 찬이한테 큰 과일을 줬는데 그게 맛있었나 봐."

아빠의 말에 꼬마의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운 일이네."


"띵동!

주말 아침부터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엄마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에 누워 신나게 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엄마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의 손에는 커다란 수박이 들려있었다.

"태율아! 7층 애한테 뭘 준거야? 그 집 엄마가 고맙다고 이걸 들고 왔어."

"응? 난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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