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시간을 갖다. 《걷는 독서 》 - 박노해 시인

실수를 인정할 용기

by 이연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최악의 실수다.”

《걷는 독서 》 - 박노해 시인


우리는 살아가며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 숨긴다고 감춰지지 않고,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과 다투던 날이었다.
감정이 끝까지 치밀어 오르던 순간, 나는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당신과 결혼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마음 한쪽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던진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안함이 밀려왔음에도,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이 화나게 했기 때문에 나도 화난 마음으로 던진 말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또한 사과를 하면 왠지 내가 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며칠을 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침묵 속 줄다리기 나를 더 무겁게 눌렀다.
'화가 나서 나온 말이니 네 잘못이 아냐.'

스스로를 다독였다. 불편함과 어색함은 조금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사실 그 말을 진심이 아니었다.
시집식구들 사이에서 나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답답함, 외로움, 서운함이 한꺼번에 올라오며 엉뚱한 문장으로 튀어나왔을 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사과는 상대에게 지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세우는 일인데 말이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생각 없이 말했어.
당신한테 그런 말 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계속 마음에 걸려서 이야기하고 싶었어.”
통화를 마친 순간, 묵혀있던 체증이 뚫리는 듯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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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진실된 사과를 통해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주었다.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 위에 조용한 손길을 얹어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마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 가까이 만든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그것을 숨기고 회피하는 일이다. 숨긴다고 감춰지지 않고,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다시 마주하게 될 뿐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는 성장의 첫걸음이다.

남 탓을 하거나 모른 척하는 대신, 내 몫의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 마음이야말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중물이 되어준다.

필요한 것은 ‘잘하려는 용기’보다 ‘인정할 용기’다.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모른 척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몫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잘못을 인정할 때, 실수를 인정할 때 비로소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사과는 나를 작게 만들지 않는다. 서로의 관계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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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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