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같이 살자, 버터보자.

by 고병철

토요일 아침. 약속 시간 5분 전. 약속한 판교역 카페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연락 왔다. 나도 곧 도착이니 잠시 기다려달라 했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12시에 오픈이라니. 알바 인건비도 안 나온다 계산했나 보다. 옆에 있는 빵집 겸 카페로 갔다.


9월에 2년 재계약을 하니까 1년 반만이다. 간간이 전화 와서 임대료 보냈다면서 안부를 물어오곤 했다. 며칠 있다 부쳐도 밀린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2달이 밀렸다. 부가세를 빼고 보내왔다. 따져 묻지 않았다. 코로나 상황에 장사가 제대로 되겠나. 얼마나 정신이 없겠나. 만나서 이야기라도 나눠야지 했는데, 코로나 핑계로 서로 시간 낼 여유가 없었다.


나는 김 사장이 장사를 그만둘 까 걱정이다.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을 찾기도 엄두가 나지 않고 10여 년 동안 그 자리를 문제없이 잘 지켜준 김 사장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나 싶고.


십오 년 전 위험천만한 그 가게를 어이없게 사게 되었다. 또 장사치들 때문에 고생했다. 넉넉하지 않은 사람끼리 땅따먹기 하는 것처럼 작은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초짜 점포 주인 나는 그들을 모르고, 베테랑 그들은 나를 손위에 놓고 보고 있었다. 한두해 지나며 나도 그들의 이해관계도 알게 되었다.


하던 장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없다. 해왔던, 익숙한 일을 놓는 감정적인 것 말고도, 대출도 엮여있고 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포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나이가 들었다면 다른 일 찾기도 어렵다. 설령 그런다 해도 시간에 대한 자율적 결정을 피동적으로 전환되는 걸 받아들이는 작업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쪽으로 갔다 죽도 밥도 안되고 다시 돌아오기 일쑤다. 다시 시작하려면 가게 찾고 본사와 연결, 인테리어도 또. 재기 비용이 수월찮다. 그래서 몇 달만 접을 까... 이런 생각도 실행하기는 참 어렵다. 일없으니 직원도 몇 달 쉬라고 못한다. 다른 데로 가버리면 신삥 데리고 자기가 고생이다.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고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하지만 그런 걸 알았다 해도 그걸로 딜할 생각은 없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이라도, 매달 기천만 원치 옷을 팔아도 본사에 원가 내고, 종업원 월급 꼬박꼬박 주고, 건물 관리비 내고, 임대료 보내오면 그한테 떨어지는 돈은 대기업 신입 월급 만큼 구 정도다. 물론 그런 매장을 하나만 하지는 않는다. 인근 도시에도 가게를 낸다. 지금은 다 접고 하나만 하고 있다. 내가 제일 맘 편한 점포주인 거지.


저녁에 대리기사도 해볼 까 했는데,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가 보다. 거기도 공급과잉 경쟁이 치열, 수지가 안 맞는 다고. 참 답답한 시절인데, 친구한테도 이야기 못하고, 가족들 한테도 말 꺼내기 어렵다. 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다 하는데, 계속 이야기라도 해라 했습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후련해질 수 있으니까.


창업자들이 가장 맘 편한 상대가 경쟁사 창업자라고.. 경쟁하는 것 말고는 공감하는 게 많아서. 나와 김 사장도 임대인, 임차인 관계지만 같은 공간을 두고 십여 년 인연을 이어가고 서로 밑천을 다 보인 터라 편했을 수 있겠다 싶고.


본론을 말했다. 9월 재계약이고, 사정은 짐작한다. 기존 계약은 작년 말로 끝내고 금액을 조정해서(내려서) 지금 재계약 하자 제안했다. 1월부터 소급해서 밀린 두 달치도 이번 금액으로 하고. 해보고 버티기 힘들면 그때 이야기하라고, 또 조정하자 했다. 다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달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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